“나는 완벽했어요.” 영화 <블랙스완>에서 발레리나 니나가 자살을 택하며 뱉은 마지막 말이다. 최고의 백조 역에 걸맞게 우아하고 순수했던 니나에게 단장은 흑조로서의 관능미까지 요구한다. 완벽이라는 극심한 강박으로 자아 분열을 겪으면서까지 백조와 흑조를 동시에 표현해낸 그녀는 결국 무대에서 뛰어내린다. 자살은 그녀가 스스로 한 처음이자 마지막 선택이었다.
 
  백조만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는 압박을 느낀 것은 비단 그녀만이 아니다. 취업의 문턱 앞에 선 오늘날 대학생들에겐 완벽만이 살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쉴 수 없다. 학기 중으로도 모자라 휴학을 해서라도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어떻게 휴학을 보람차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빗발친다. 휴학으로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조언자들을 찾아가 봤다.   
 
  멈춤이 필요한 이유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개인이 가지는 완벽함에 대한 강박은 필연에 가깝다. 중앙대 김동민 학생생활상담센터장은 요즘 학생들은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게 되죠. 인간을 사물로 인식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돼요.” 사회에서 주는 압력에 대처할 수 있는 정신적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휴학을 통해 정신적 휴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초 휴학연구소장 이미준 멘토는 학생들이 휴학을 휴식보다 불안으로 느끼는 이유로 선택의 어려움을 꼽았다. “휴학을 고민하는 이유는 자발적인 의사결정과 실천의 미숙함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해왔듯이 남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따라갈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자주적인 삶을 시도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거든요.” 휴학 결정 자체가 한 명의 성인으로서 정신적인 독립을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려낼 휴학
  진정한 휴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휴학을 재정의하기에 앞서 이미준 멘토는 ‘쉼’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공부가 아닌 모든 것은 노는 것이라는 인식을 강요받아요. 그러나 소설을 읽고 음악을 듣고 하는 모든 것은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거죠. 시험공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논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나의 관심사를 끊임없이 보고 있는 것이잖아요.” 
 
  또한 이미준 멘토는 학생들이 휴학을 지금과 같이 쉬고 달리고의 문제보단 ‘시간을 살아가야지’라는 마음으로 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연습하는 시간이에요. 자신이 결정한 시간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일을 겪더라도 서로 다른 설명을 할 수 있어요. 설령 그것이 성공적이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깨달음으로써 역량을 키울 수 있죠.” 
 
  휴학에 대한 강박과 불안이 걷히고 나면 이를 실행할 방법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먼저 김동민 학생생활상담센터장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의 인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내가 처한 상황의 조건을 인지하면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가지게 돼요. 통제감은 개인에게 자율성을 부여해서 외부 상황과 무관하게 본인의 목적을 취할 수 있도록 하죠.” 
 
  박원용 다빈치인재개발원장은 스스로 휴학의 목적을 설정하는 과정을 중요시했다. “쉬고 싶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휴학해서 마음껏 쉬세요. 자기가 설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어요.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대처할 근거가 되는 경험이 생기니까요.”
 
  습작이 주는 의미
  휴학이 학교를 벗어난 삶의 연습장으로 정의된다면 그 시간이 그려낸 습작은 앞으로의 삶에 있어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과정에서 주체성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관심사에 대한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휴학의 목적과 그 결과와는 무관하다. 
 
  이미준 멘토는 휴학은 전문성을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자신이 생각한 쉼의 활동을 하다 보면 관심사가 드러나요. 이를 조금씩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면 내 휴학의 의미를 인증하는 동시에 이것이 전문성으로 발전하기도 하죠.” 김동민 학생생활상담센터장 또한 휴학이 자신에 대해 홀로 생각해보는 시간임을 강조했다. “자신의 방향성을 찾게 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대략 생각해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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