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가장 빛나는 시기. 여러분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고 있나요?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진 않나요. 이렇게 젊은 날의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학기 중대신문 심층기획부는 20대 청춘, 그 젊은 날의 초상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초상은 ‘휴학’입니다. 대학생은 놀고먹는 배짱이라는 말은 다 옛날 말이죠. 오늘날의 대학생은 단 며칠도 편히 쉴 수가 없습니다. 미래의 노동자로 고용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야 하기 때문이죠. 끝없이 달리다 지칠 때면 휴학을 꿈꾸곤 하지만 현실은 탐탁지가 않습니다. 휴학조차도 빼곡히 채워진 계획이 있어야 하는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 젊은 날의 초상이 짚어봤습니다.
 
길고 어려운 문장에 
이제는 쉼표를 찍어야
 
영화 <족구왕>에서 주인공 만섭은 족구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러나 복학한 만섭이 학교에서 족구를 즐기기에는 현실은 삭막하다. 족구를 하고자 하는 만섭에게 같은 과 선배는 공무원 준비나 하라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본다. 족구는 대학생에게 한심하고 촌스러운,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짓이기 때문이다. 즉 실용적이지 않은 활동들은 단지 낭만에 불과한 것이다.
 
  만석이 처한 상황은 오늘날의 대학생을 표상한다. 대학생에게 스펙·학점과 관련 없는 것은 사치로 치부된다. 그렇기에 대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도 도전하기 어렵다. 휴학도 마찬가지다. 빽빽한 계획 없는 휴학은 그저 사치일 뿐이기에 대학생의 일상에 쉼표가 찍혀질 틈이 보이지 않는다. 20대의 마지막 기회라고도 하는 휴학은 아르바이트와 스펙 쌓기의 수단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실제로 휴학은 대학생에게 어떠한 의미일까. 휴학에 대한 인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대학생 138명을 대상으로 지난 17일~18일 양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내게 쉼표를 찍어줘
  설문조사 결과 많은 대학생은 휴학을 꿈꾸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약 87%(120명)가 ‘휴학하고자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강진희 학생(익명·사회학과)은 시험·팀플·대외활동만으로 이뤄진 자신의 학교생활로 인해 휴식의 간절함을 느꼈다. “복수전공을 시작하고 많아진 팀플과 과제 그리고 대외활동까지. 온종일 과제만 하는 제 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당장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죠.”
 
  실제로 대다수 학생이 휴학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휴식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휴학을 고민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휴식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약 73.3%(88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은 응답은 ‘공부하기 위해서’, ‘스펙 쌓기 위해’로 각각 약 45%(54명), 약 29.2%(35명)를 차지했다. 강효진 학생(사회학과 2)은 계속해서 달려왔기에 이제는 휴학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지나 대학교까지. 뜻깊었지만 1년간 학생회 활동과 장거리 통학을 하며 많이 지쳤거든요. 휴학을 통해 마음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꿈에 불과할 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다수 휴학 희망자는 그들이 바람과 달리 휴학하지 않았다. ‘실제로 휴학을 했나’라는 질문에 ‘했다’고 답한 이들은 약 20.8%(25명)로 희망자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휴학을 하지 않은 이유로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약 48.4%(46명)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은 응답은 ‘남들에게 뒤처진다고 생각해서’, ‘휴학 후 달라진 점이 없을 것 같아서’가 각각 약 33.7%(32명), 약 25.3%(24명)를 차지했다. 많이들 휴학은 무모한 도전이 되고 말 것이라 우려하고 있었다.
 
  이는 휴학한 이들도 가졌었던 고민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휴학을 했다고 답한 이들은 휴학하기 전 했던 고민으로 ‘남들에게 뒤처진다고 생각해서’, ‘휴학 후 달라진 점이 없을 것 같아서’를 꼽았다. 응답률은 각각 약 64.7%(11명), 약 58.8%(10명)를 기록했다. 휴식을 위해 휴학을 하고자 했지만 결국 끝없는 경쟁사회에서 휴학은 사치였다. 또한 휴학한 이들 중에서도 학생들은 휴학 당시 휴식을 취하기보단 ‘아르바이트’, ‘외국·고시·자격증 공부’ 등 또 다른 일들로 인해 시달리고 있었다.
 
  노원석 학생(부경대 간호학과)은 휴학은 자기 계발하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요즘 시대엔 많은 이들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잖아요. 그러한 현실에서 저 혼자서 쉬기 위해서 휴학을 하게 된다면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따뜻함 아닌 따가운
  휴학을 하고자 결심한 후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다. “‘너 휴학하고 뭐 할 건데’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어요. 이제는 정말 짜증이 나요. 단지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싶을 뿐인데 말이죠.” 진유주 학생(동국대 경영학부)은 지나친 주변의 간섭으로 인해 힘들어했다. 이처럼 ‘휴학하면 무엇을 할 거냐’는 말을 들어본 응답자는 약 89.2%(107명)로 거의 대다수 이들이 휴학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받고 있었다.
 
  또한 휴학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종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장 가까이 있었다. ‘주로 그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가 누구냐’는 질문에 ‘가족’이라는 응답이 약 75.7%(81명)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한 것은 ‘친구’로 69.2%(74명)였다. 
 
  강진희 학생(익명·사회학과)은 휴학 선언으로 인해 가족과 사이가 틀어져 곤욕을 겪었다. “부모님은 제 휴학 선언을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휴학하려면 무조건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를 걱정하는 부모님 마음 때문에 결국 학교에 계속해서 다녀야겠다고 마음을 돌렸죠.” 강효진 학생 또한 가족의 걱정스런 만류와 마주했다. “주변 친구들은 휴학 얘기하면 오히려 같이 공감하는 편이죠. 그런데 가족들은 저를 걱정하더라고요. 계획이 있더라고 해도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며 위험하다고요.” 
 
  ‘휴학하면 시간만 버린다며 질타받을 때 기분이 속상하다’, ‘꼭 뭘 하려고 휴학해야 하나. 단지 나를 돌아보고 싶은 것뿐이다’, ‘주변인들이 나를 믿지 못하니 나조차 나를 못 믿겠다’ 등 설문조사의 기타의견엔 대부분 휴식을 위한 휴학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에 불쾌감을 표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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