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기들과 선배들로부터 3학년 개강이 10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암울한 소식을 들었다. ‘백일주’를 마시러 간다는 동기도 있었고 D-100을 축하한다며 장난치는 선배도 있었다. 내 기억에 D-100을 센 것은 수능이 유일했던 것 같은데 3학년 개강의 위력이 수능과 비슷한가 보다. 물론 나의 전공 특성상 3학년 때부터 급격히 학업 부담이 증가하기에 더욱 3학년 개강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2학년이 끝나간다는 부담감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대학생활에서 2학년이 마지막 좋을 때라고 말한다. 그 후에는 취업 준비에 대한 부담에 어깨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에 돌입하거나 군대에 가거나 교환학생을 가거나 편입을 하는 등 많은 대학생이 2학년이 끝날 무렵 크고 작은 변화들을 겪는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에 왔다는 기쁨과 성인이 되었다는 해방감에 마냥 즐거워했던 신입생들도 2학년이 되고서는 생각이 많아진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전공에 온 것인지, 1학년 때의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한다. 또한 나처럼 2학년이 끝나고 찾아올 변화에 대해 부담과 두려움이 공존할 것이다. ‘대2병’이라는 말이 생긴 것도 많은 대학교 2학년들이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의 부담감은 결국 자신이 전공과 대학생활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내년에 닥칠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온다. 나 또한 이제 신입생이 아닌 고학년이 된다고 생각하니 지금부터는 인생을 착착 준비해 나가야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기껏 떡국 한 그릇 더 먹는 것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부담감을 느끼다니 ‘웃픈’ 현실이다.
 
  그러나 ‘고작’ D-100이다. 얼마 전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를 공연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20대부터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해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무대에서 진한 감동을 주는 기타연주를 하고 있었다. 70세가 넘었음에도 아직도 그에게는 멋이 있었다. 그처럼 멋지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D-100에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D-70년을 신경 써야 한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아직 우리는 우리 인생의 오분의 일을 살았을 뿐이다. 100년을 살아갈 내 인생에서 20대에 하는 실수는 작은 점 하나쯤 될까. 너무 급급하게 바로 앞만 보며 살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길게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사람은 바로 앞에 닥친 희로애락에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길게 보도록 노력해보자. 앞으로 닥칠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패하면 어때? 우린 아직 젊은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즐기도록 노력해보자. D-100은 D-70년에 비하면 우리의 두꺼운 전공 책 한 장 정도에 불과하다.
윤성진 학생
의학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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