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선거권의 함정: 차별, 충돌, 모호
  • 특별취재팀= 김다혜·박종현·이찬규 기자
  • 승인 2016.11.20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기·성적·징계로 피선거권 박탈되기도
전문가들, 피선거권 박탈 모호하고 과해

 
지난 7일 ‘서울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가 ‘의혈답게’ 예비선거운동본부(선본)의 후보 자격 박탈을 확정했다. 서울캠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총·부학생회장은 중앙대 학생으로 4차학기 이상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의혈답게 선본 부후보는 편입생으로 중앙대 2차학기 재학 중이다. 이에 따라 4차학기 이상 등록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피선거권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있다. 이에 중대신문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 중 대학 홈페이지 등에서 학칙·총학생회칙·선거시행세칙 등이 열람 가능했던 21개 대학의 총·부학생회장 피선거권을 조사했다. 또한 피선거권 제한에 대한 법률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학기 기준, 편입생 피선거권 제한해
  현재 중앙대는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에 따라 총·부학생회장 피선거권을 ‘4차학기 이상 등록한 재학생’ 중 ‘다음해 전기 졸업자를 제외한 학생’으로 제한한다. 서울캠 학생지원팀 김남원 팀장은 “4차학기 이상 등록은 총·부학생회장 출마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며 “2년은 재학해야 학생과 학교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총·부학생회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도 비슷한 조항을 가지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장 제16조는 대통령 출마자의 경우 40세 이상,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25세 이상으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 제한이 존재하는 이유는 성숙한 정치적 판단과 활동의 근거를 일정 수준의 나이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조사대상 21개교 중 서강대와 서울과학기술대를 제외한 19개교가 총·부학생회장 출마에 있어 학기 기준을 두고 있었다. 이중 ▲경희대 ▲서울대 ▲한양대 등 8개 대학은 중앙대의 학칙과 같이 4차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에게 총·부학생회장 피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 외 대학은 피선거권 학기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동국대의 경우엔 6차학기 이상 8차학기 이내 등록한 재학생만 피선거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은 편입생의 피선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지만 편입생에 한해 별도의 학기 기준을 제시하는 타대는 없었다. 중앙대 일반·학사 편입생의 경우엔 3학년 1학기부터 1차학기 등록을 한다. 그 결과 일반·학사 편입생은 정규학기 안에 임기를 마칠 수 없다. 현재 2016년 2학기 중앙대 편입생 재적인원은 1252명(학사팀 제공, 지난 18일 기준)이다.

  이에 대해 강수경 교수(덕성여대 법학과)는 “피선거권은 누구나 공정하고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편입생을 포함해 모든 학생에게 피선거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하는 피선거권인 만큼 학내에서도 차별이 용인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강수경 교수는 피선거권 규정도 대학 환경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생의 재학학기 조건이 일반 학생과 다를 수 있는 편입생 및 복수전공 학생들의 수가 변화한다”며 “그 변화 양상에 따라 피선거권 관련 규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개정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도수 교수(건국대 법학과)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대학사회에선 편입생에게 일반 입학생과 같은 의무를 지우고 있다”며 “학생들의 다양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성적 기준으로 인해 논란 일기도
  중앙대 학칙에선 피선거권 기준으로 ‘전체 이수 학업 성적이 평균평점 2.0 이상’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김남원 팀장은 “학업 성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대표자로서 성실성을 보려는 목적이다”며 “제한 기준은 학사경고를 받지 않은 정도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 대학이 피선거권 기준으로 학업 성적을 두고 있지 않다. 중앙대 포함 21개 대학 중 8개 대학만이 학업 성적으로 피선거권을 규제하고 있었다. 또한 규제하는 대학들 사이에서도 성적 기준이 같지 않았다. 건국대, 국민대 등 4개 대학은 성적 기준을 2.5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수경 교수는 “공직자 선거의 경우 재력, 학벌 등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피선거 자격을 갖는다”며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성적과는 무관하게 학생 대표자 피선거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회에 성적요건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입후보 기회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총학생회(총학) 임원에게 지급되는 장학금 등 학업과 직결된 인센티브 제도를 사용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성적 기준은 과거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성적 기준을 규정하는 조항이 학칙과 선거시행세칙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신여대 제31대 총학 선거 과정에서 ‘위캔성신’ 후보는 학칙이 요구하는 성적 기준인 평균평점 2.3 이상을 넘지 못해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성신여대 중선관위 측은 학칙이 아니라 성적 기준이 없는 선거시행세칙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선거 관리에 있어선 선거시행세칙이 학칙보다 우선이라는 해석이었다.

  성신여대와 마찬가지로 중앙대 안성캠 선거시행세칙도 학칙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안성캠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피선거권 획득을 위한 평균평점 기준은 1.75점 이상으로 학칙보다 완화된 기준을 요구한다. 안성캠 정현옥 총학생회장(성악과 4)은 “학생자치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만든 조항인 선거시행세칙을 따르는 게 맞다”며 “또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는 1997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돼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인호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학생들이 제정하는 학생회칙이나 선거시행세칙이 대학본부가 제정하는 학칙과 다를 경우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며 “학칙이 총학생회가 규정의 적용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인지 그 반대인 강행규정인지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징계 여부로 인한 제한, 구체화 필요
  중앙대 학칙은 ‘학사 및 기타 징계 사실이 없는 자’에게 총·부학생회장 피선거권이 주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남원 팀장은 “징계는 아무런 이유 없이 내려지지 않는다”며 “학생 대표자는 깨끗하고 우러러볼 수 있는 학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대상 21개교 중 건국대, 국민대, 성신여대 등 7개 대학만이 징계 여부에 따라 총·부학생회장 피선거권을 규제한다. 반면 경희대, 한양대 등 14개 대학에선 징계 여부에 상관없이 총·부학생회장에 출마할 수 있었으며 고려대와 한국외대의 경우엔 총학생회칙과 선거시행세칙을 어긴 경우에만 피선거권을 박탈한다.

  징계 여부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면서 중앙대에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행 학칙은 총·부학생회장과 동일한 내용을 단대 학생회에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엔 인문대 학생회장에 단독으로 출마한 ‘런닝맨’ 선본이 징계 전력과 학점 미달을 이유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당시 정후보로 출마한 김창인씨가 지난 2010년에 중앙대 구조조정 반대 시위로 인해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선거권 제한에 관련된 징계 요건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징계 전력을 피선거권 부여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 범위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인호 교수는 “징계의 강약을 떠나 일괄적으로 징계 여부에 따라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강수경 교수는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는 징계의 종류를 세분화해 학칙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