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선 피선거권의 범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곤 한다. 최근엔 대선 유력 후보인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피선거권이 합당한 지에 대해 언론들이 나서서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논쟁은 대의 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이다. 선거를 통해 뽑힌 대표자는 자신의 권리뿐만 아니라 다른 주권자의 권리를 일부 위임받아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앙대는 어떨까.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에 따르면 피선거권의 자격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피선거권을 획득하기 위해선 4차학기 이상 중앙대 학생으로서 등록하고 평균 평점이 2.0을 넘으며 학사 및 기타 징계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런 기준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커다란 소외를 낳는다.
 
  먼저 4차학기 이상 등록이 기준으로 제시되면서 편입생의 피선거권이 침해된다. 일반 편입생과 학사 편입생의 경우 정규학기 안에 학생 대표자로서 임기를 마칠 수 없기 때문이다.
 
  4차학기 이상 등록이 기준이 된 이유는 출마자가 다양한 학내 사정과 사안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반영돼서다. 하지만 편입생이 학내 사정과 사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입학을 했다곤 보기 어렵다. 대부분 편입생이 일반 편입생의 경우엔 4차학기, 학사 편입생의 경우 8차학기를 타대에서 이미 이수했기 때문이다. 편입생들은 대학사회에 대해선 이미 유경험자인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대학에서 편입생의 생활은 다른 학생에 비해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면 그들은 그들만의 요구를 실현해줄 대표를 더욱 필요로 하게 된다. 하지만 현행 학칙은 오히려 편입생이 학생 대표자로 선출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징계를 받은 학생이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는 것 또한 문제다. 공직선거법은 금치산자와 선거사범 등의 피선거권을 제한한다. 모든 죄에 대해 피선거권을 제한하지 않는다. 단순히 현 정부의 체제나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범의 피선거권은 박탈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행 학칙에선 이러한 숙고가 부재하다. 피선거권에 영향을 주는 징계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설정돼 있지 않은 것이다. 지금 학칙에 따르면 대학본부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다가 징계를 받은 학생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중앙대 학칙은 학생이 징계를 받은 맥락은 고려하지 않고 거칠게 ‘각 학생회의 대표로서 손색이 없는 자’를 규정한다. 하지만 대학본부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학생과 학생회 대표로서의 적합성은 전혀 관계가 없다. 학생 대표자를 뽑는 것이지 대학본부의 대표자를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학교 사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소속된 곳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우리는 피선거권에 대해 더욱 강한 주권의식을 가져야 한다. 피선거권은 선거권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더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대표자가 될 상황에 대한 숙고를 결코 게을리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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