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학술이 술술술’은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 역사를 짚어봤습니다. 지면에는 미처 담지 못했지만 기자가 매우 흥미롭게 느꼈던 내용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이주민에게 행해진 차별의 역사입니다.

  16세기 아르헨티나의 영토인 남아메리카 대륙 남부 지역으로 이주해온 유럽인들은 기득권을 쥐게 됩니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유럽으로부터 많은 수의 이민자를 받아들입니다. 뒤늦게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먼저 정착한 유럽인인 ‘크리올’에게 밀려 정치권력에서 철저히 배제되죠.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벗어나기 힘든 가난 속에서 하층민으로 항구에 모여 살았습니다. 먼저 이주해온 이민자들이 다른 이민자들을 배척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과거 아르헨티나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8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민자 배척’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습니다. 기자는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승리가 아닌 차별과 혐오의 승리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이민자에게 권리를 빼앗겼다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힌 미국 백인들이 이주민을 배척하는 차별주의를 선택한 결과였기 때문이죠. 미국은 과거 아르헨티나와 같이 ‘선이주민중심주의’가 만연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타지에서 새로운 문화를 꽃피워냈습니다. 탱고(Tango)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부둣가 선술집에서 유럽·아프리카의 이민자들에 의해서 시작된 춤입니다. 배척받던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애환을 춤에 담아낸 것이죠. 그때 당시는 ‘퇴폐의 문화’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미국의 재즈(Jazz)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재즈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아프리카 흑인 이주민들의 음악성이 가미된 대중음악의 한 장르입니다. 초기에는 미국 전역의 술집에서 연주되던 것이 그 시작이었지만 점차 어엿한 미국의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되죠.
 
  이 두 사례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이 각자의 독특한 문화를 융합해 새롭고 훌륭한 문화를 만들어 낸 대표적 예시입니다. 인류학자 마누엘라 카르네이루 다 쿠냐(Manuela Carneiro da Cunha)는 “한 사회에서 진정 독특한 것은 주민의 가치나 신념, 정서, 습관, 언어, 지식, 생활양식 등이 아니라 이 모든 특성이 변화하는 방식이다”고 말했습니다. 문화를 바라보는 다원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누엘라의 말은 현재에도 통용됩니다. 지난 4월 IS로 인한 시리아 난민의 숫자는 400만 명을 넘어섰죠. 이에 따라서 난민에 대한 혐오 의식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경화되는 유럽 질서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죠.
 
  이제 문화의 만남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시점입니다. 이러한 시선 속에선 제2의 탱고와 재즈의 탄생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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