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인간
  • 중대신문
  • 승인 2016.11.1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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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 전 사회학자 막스 베버(M. Weber)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일상(日常)의 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종교는 과연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묵묵히 자신의 신앙을 추구하는 선량한 다수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일상의 일’에서 ‘일상의 문제’가 된 느낌이다. 종교와 연관된 많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연일 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IS와 같은 극단적인 근본주의 종교집단의 폭력적이고 반인륜적인 행태부터, 영혼의 구제 대신에 부를 추구하는 등 종교집단의 ‘세속적’ 탐욕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종교에 냉소적이 된다. 종교는 대표적으로 사적이며 내밀한 영역이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이며 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런데 로크(J. Locke)가 ‘관용론’을 제기하게 된 배경이나, 종교의 ‘정치적 교권주의’를 비판하면서 칸트(I. Kant)가 제시한 ‘보이지 않는 교회’라는 구상을 떠올리면 ‘종교의 취약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종교의 가르침’과 ‘종교의 현실’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종교적 창시자들은 사적인 욕망에서가 아니라 인류를 향한 뜨거운 마음에서 구원과 해탈의 가능성을 제시하려 했다. 그들은 죽음이라는 근본적 한계와 고통과 시련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있는 인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도록 호소하였다. 종교는 유한한 인간의 염원을 담아서 초월적 세계와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형성된다. 그래서 딜타이(W. Dilthey)는 그의 세계관학(世界觀學)에서 종교적 세계관이 철학적, 예술적 세계관과 더불어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방식이자 삶의 방식이라고 규정한다.
 
  다양한 종교적 기원들을 하나의 형식으로 총괄할 수 없지만 대체로 비가시적(非可視的)인 것과의 내적 교섭을 통해 종교적 세계가 형성된다. 이 교섭을 통해 소박한 삶의 의식은 전향을 경험하게 된다. 종교적 천재의 시선이 비가시적인 것에 향하고 또한 이것과의 관계에서 그의 감정이 싹트는 정도에 따라 이 동경은 신과의 교섭에 기여하지 않는 세계의 모든 가치를 무가치한 것으로 털어내어 버린다. 이렇게 성인(聖人)의 이상(理想)이 생겨나며 개인에게서 무상한 것, 탐욕스러운 것, 감각적인 것을 근절하는 ‘금욕의 기술’이 생긴다. 개념적 사유는 감각적인 것에서 신적인 것에로의 전향을 표현할 수 없다. 그리하여 신적인 것과의 교섭은 찬양과 의식(儀式)을 통해 분출된다. 이러한 종교적인 전향은 ‘재생’이라 불리며 그 목적은 신적 존재와 인간의 영혼이 함께하는 사랑의 공동체이다. 
 
  종교적 교리를 그 자체로 참이라고 간주하는 ‘신학’에서 벗어나 종교를 현상학과 해석학의 방법으로 고찰하는 ‘비교종교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종교는 분명 시대적·사회적 조건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종교의 초월적 성격은 항상 현실의 조건과 척도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해석을 통해 공감의 지평이 확장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제한된 선택’이 구원의 전제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공감을 단지 교리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종교적 실천을 통해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들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사랑과 자비와 헌신의 실천이다.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슐라이어마허(F. Schleiermacher)는 설교와 글이 더 이상 종교적 공동체를 결속하고 감동을 주지 못할 때 음악이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하며 그 대표적인 음악가로 바흐(J. S. Bach)를 들고 있다. 그런데 바흐는 종교적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종교적 메시지는 좀 더 보편적인 매체를 통해 훨씬 효과적으로 인간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랑과 자비라는 종교적 실천 이외에 어떤 보편적 매체를 기대할 수 있는가. 종교의 성립 근거인 성(聖)과 속(俗)의 구별은 비록 그것이 예술, 철학 등과 마찬가지로 삶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형성되었다고 하지만 인류 역사와 더불어 지속해온 세상의 분별법이다. 그런데 종교가 ‘일상의 문제’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이러한 구별을 몸소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그 결과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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