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국가주의 조심해야
이민자 수용 위한 기반 필요하다
 
유럽연합에서 득세하는 보수세력
여전히 유럽연합에 배울 점 있어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302관(대학원) 501호에서 독일유럽연구센터 주최로 ‘대전환기의 유럽-위기, 전략, 전망’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지난 11일에 있었던 종합토론 세션은 대전환기의 유럽을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자는 김누리 교수(독일어문학전공)와 신광영 교수(사회학과),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기외르기 스첼 명예교수(독일 오스나브뤼크대)와 니콜라이 게노프 명예교수(독일 베를린 자유대)였다.
 
  브렉시트는 기회일 수 있다= 첫 번째 토론자는 스첼 교수였다. 그는 유럽연합 위기의 이유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스첼 교수는 현재 유럽연합 위기의 이유 중 하나로 개인화와 탈연대화를 꼽았다. 그는 “독일에선 1990년대부터 ‘적녹연정(사민당과 녹색당 연합)’을 필두로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움직임이 있어왔지만 오래가진 못했다”며 “이는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진행된 탈연대화가 지속가능한 세계를 향한 움직임을 저해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첼 교수는 독일 보수정당이 모든 사회문제를 국가주의로 환원하면서 지역 간 불평등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의 사회학자인 볼프강 슈트렉은 그의 저서 『시간 벌기』에서 국가환원주의를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며 “유럽의 경우 국가 간 불평등보다 지역 간 불평등이 심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브렉시트는 유럽연합에 있어서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첼 교수는 “영국은 브렉시트 이전부터 유럽연합의 목적이 아니라 자국의 이해만을 고려했다”며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연합은 영국의 방해 없이 민주주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민자 수용 정책 필요해= 두 번째 연사를 맡은 게노프 교수는 이주와 난민으로 인해 유럽연합 내에서 일어난 문화 충돌의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이민자 배척 이론은 이미 2010년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독일 중도좌파인 틸로 사라진은 2010년부터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독일: 우리는 어떻게 조국을 위험에 빠뜨렸나』 등의 저서를 발표했다. 그는 저서를 통해 무슬림이 독일 사회를 훼손하고 있으며 사회적·민족적·문화적 다양성은 독일을 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게노프 교수는 인구통계학적 측면을 강조하며 이민자 수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독일은 2050년이 되면 더 이상 피라미드형 인구모형을 만들 수 없다”며 “결국 문화 위기는 피할 수가 없으며 이를 대비해 독일은 이민자 수용을 위한 행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노프 교수는 유럽연합의 위기를 예견 했다. 그는 “국가주의적 정당들은 갈수록 득세할 것이다”며 “이로 인해 다양한 국제적 사안을 두고 유럽연합 내에서 국가주의적 목소리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극우주의의 기묘한 전환= 신광영 교수가 토론을 이어나갔다. 그는 유럽 복지국가의 위기와 변화에 대해 말을 꺼냈다. 신광영 교수는 복지국가라는 시스템은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위기에 대응하는 정치적 산물이라고 역설했다. 유럽의 복지 시스템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신광영 교수는 “베버리지 보고서는 전쟁이라는 사회적 위기를 토대로 유럽과 미국 복지 정책에 영향을 미쳤지만 스웨덴의 경우 저출산 위기를 토대로 가족 친화적 복지 시스템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후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사회 위기는 신자유주의와 극우주의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 정책에 대해선 복지국가의 두 가지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변하는 신자유주의적 극우주의도 자국민의 복지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이민자 복지를 반대하는 복지 애국주의도 존재한다. 신광영 교수는 이러한 양상을 통해 극우주의 또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광영 교수는 이러한 복지제도의 변화는 민주주의 선거 경쟁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일 이슈만을 주창했던 극우 정당들이 득표를 위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그들이 새롭게 정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근본적으로 기존 정당들이 시민들의 요구에 적절히 응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광영 교수는 좌우를 막론한 정당의 민주주의적 호응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유럽에 배울 점 있어= 김누리 교수는 미국 대선으로 인한 트럼프 쇼크는 미국 헤게모니의 붕괴를 상징하며 따라서 유럽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세기를 지배했던 대서양 국가는 유라시아 대륙 국가에 그 역할을 넘겨줘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붕괴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현대에 이르러 근대 이후에 인류가 기획했던 이상적 체제들은 붕괴하고 있었다. 첫 번째 붕괴는 동부 유럽 사회주의의 몰락이었다. 인간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 사회주의는 현실에 세워질 수 없었다.
 
  두 번째 붕괴는 유럽연합의 와해다. 유럽연합은 민족을 뛰어넘는 공동체로서 자리하고자 했지만 문화적·사회적·경제적 문제를 피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김누리 교수는 한국은 유럽연합의 사회적·국가적·지역적 측면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상위 1% 재벌이 전체 부의 18%를 소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형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현실적 대안으로서 유럽의 예를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누리 교수는 동북아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도 유럽연합이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출발점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유럽 대륙의 평화 정착이었다”며 “유럽연합은 민족 간 경계를 허물어 전쟁의 여지를 없앴으며 이제 그 위험은 동북아에 도사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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