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대해 대학이 동시다발적으로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다. 고려대에서는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에 故 백남기 농민을 언급하고 민중연합당의 연명을 받았다는 이유로 탄핵안이 발의됐다. 서울대의 시국선언문은 ‘공화정’ 등의 단어가 사용돼 ‘글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결국 철회됐다. 
 
  일부 학생들은 마치 시국선언과 시위에는 ‘순수하다’고 여겨지는 어떤 정도가 있어 그 정도를 벗어나면 ‘불순하다’고 여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위에 갈 수는 있으나 청와대로 향해선 안 되고 경찰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선동자’이고 ‘불순분자’인 것이다.
 
  이처럼 최근 대학생들은 ‘운동권’이 배제된 ‘순수한 저항’을 지향하고 있다. 먼저 일부 학생들은 사회적 문제가 벌어졌을 때 소위 운동권이라고 알려진 단체가 학생사회의 대응 과정에 관여하는 것을 배척한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의 입장에는 불순한 운동권 세력이 섞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대학사회에서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도 여론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등 여러 과오를 저질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 국민적 합의 과정 없이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국가 주도의 노동개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때마다 사람들은 광장에 어김없이 모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에게 우려 섞인 시선과 비난도 쏟아졌다. 그리고 그 우려와 비난에는 여전히 시위가 불순하다는 시선과 운동권들의 모임이라는 비판이 점철돼 있었다.
 
  그렇다면 ‘운동’은 무엇인가. 우리는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광장에 모이고 있다. 그리고 이 자체가 국가의 결정과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적인 ‘운동’이다. 운동권이 ‘불순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SNS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글을 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행위, 그리고 나아가 광장으로 향하는 행위 모두가 그들이 말하는 ‘불순한 운동’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여태까지 잠잠했던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광장에서 볼 수 없던 이도 광장으로 나오는 광경을 목격했다. ‘분노하면 누구나 광장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재확인한 것이다.
 
  이제는 ‘정치적인 운동’이 무엇인지를 기억해야 할 때다. 국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와 광장에 모인 수많은 발은 모두 ‘운동’이다. 우리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한 후에도 ‘정치적’이기를 주저해선 안 된다. 사회참여를 단지 최순실 사태에 대해 분노할 때만으로 한정지어선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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