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공 ‘김군’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때 기자는 사건에 대한 섣부른 판단으로 김군 가족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 보도를 목도했죠. 당시 MBN은 죽음의 원인을 김군의 과실로 치부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사건의 다른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서울메트로 측의 입장만을 듣고 보도했던 것이죠.

  MBN은 서울메트로의 구조적 문제가 사건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김군의 어머니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군의 어머니는 “죽은 아이를 대신해 부모가 ‘우리 아이의 과실 때문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상황 자체가 너무나 가슴 아프다”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기자는 그 순간 신중한 검토가 결여된 보도가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를 꽂을 수 있다는 것을 통감했습니다.

  이는 제게 무언가를 공론화하기에 앞서 항상 신중하게 사건을 헤아려 봐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그 교훈은 기자가 제1880호에 작성한 외국인 학생과 관련된 기사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사전에 구상했던 기사의 취지와 실상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기사는 본래 ‘서울캠의 외국인 학생 중도탈락률이 높은 편이다’라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됐습니다. 지난해 서울캠 외국인 학생의 중도탈락률이 4.1%이고, 이는 외국인 학생 수 규모가 비슷한 대학 중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라는 소식을 들은 후였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취재하면서 지난 2013년부터 3년간의 자료를 살펴보자 중도탈락률을 비판의 척도로 삼기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외국인 학생의 규모가 비슷한 대학으로 비교집단을 한정한 후 자료를 수집해보니 일부 대학의 외국인 학생 중도탈락률은 연간 약 3%p나 되는 변동폭을 보였죠. 이에 중도탈락률은 한 대학의 외국인 학생 생활환경을 가늠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지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중국인 유학생과 미국인 교환학생을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에선 그들 대부분이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유학생들의 애로사항을 개선하려는 국제교류팀의 의지도 돋보였습니다.

  기자가 오히려 새롭게 포착한 문제는 영어A 강의였습니다. 취재 과정 중에 기자는 영어A 강의에 대한 외국인 교환학생의 불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A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죠. 결국 기사는 처음 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지면에 실렸습니다. 처음 기획했던 문제의식이 아닌 다른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죠.

  한 저명한 일간지의 경영이념 중 하나는 ‘진실 공정한 보도와 논평을 통해 할 말은 하고 쓸 것은 쓰는 사회 공기로서의 사명을 다한다’입니다. 비판해야 할 대상에게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비판에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 ‘보도의 파장이 무고한 이에게 번지지는 않을까’, ‘보도 속 표현이 독자에게 잘못 전달되지는 않을까’ 자신에게 물으며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커서의 깜빡임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은 결코 아까운 것이 아닌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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