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핫키워드를 뽑으라면 무조건 ‘메갈리아’를 선택하겠다. 정의당, ‘레진코믹스(웹툰 플랫폼)’, 『시사IN』 등이 메갈리아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쑥대밭이 됐다.
 
  워낙 첨예한 문제라 메갈리아에 대한 관점은 ‘여자일베’부터 ‘페미니즘 조직’까지 다양하지만, 메갈리아는 애초에  고매한 철인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면모도 보였다. 예를 들어 그들이 퍼뜨린 ‘여성혐오’라는 애매한 번역이 기존에 존재했던 ‘혐오’의 감정적 의미와 혼동을 유발했지만, 그들은 아직도 ‘한남충’들이 여성혐오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며 한탄한다. 30년이 지난 광주민주화운동도 여전히 ‘폭동’ 소리를 듣는데 하물며 고작 2년으로 남성들의 인식이 바뀌길 기대한 것인가. 또한 ‘명예’, ‘흉내’와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를 결합해 다른 여성을 비하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반대 측을 의식화되지 않은 대중이라고 깔보는 것이기 때문에 오만하고 한심한 관점이다.
 
  그러나 메갈리아에 대한 비난은 지나치게 왜곡된 경향이 있다. 우선 구 메갈리아는 이미 서로 다른 견해 차이 때문에 ‘워마드’, ‘메갈리아4’, ‘레디즘’ 등 다양한 사이트로 분열됐다. 그런데 아직도 이들을 메갈리아로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워마드의 독립운동가를 향한 모욕을 메갈리아의 소행으로 욕하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SBS가 일부 여성이 ‘#군무벅스_불매운동’이라는 해시태그로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했다고 날조 보도를 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불매운동을 메갈리안의 소행이라고 단정 지었지만 메갈리아에는 군무벅스 관련 게시글 자체가 없었다.
 
  메갈리안을 묘사하는 ‘쿵쾅쿵쾅’, ‘메퇘지’ 등의 표현도 문제다. 개인의 신체를 향한 비난은 천박한 행동일뿐더러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위 커뮤니티들에 참여하고 있기에 명백히 왜곡된 표현이다. 이런 인식은 과거 남자들이 서프러제트를 못생겼다고 비난했던 역사와 유사하다. ‘저런 여자들은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한 피해의식 때문에 그러는 거야’라는 인식은 덤이다.
 
  메갈리아 및 타 커뮤니티는 논란이 많지만 맥심 리콜, 소라넷 폐지, 미러링 등을 통해 여성혐오의 현실을 공론화했다는 뜻깊은 업적도 있다. 이런 장단점 때문에 메갈리아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 같다.
나는 지향하는 노선이 다르므로 메갈리안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고 함부로 메갈리아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여성혐오에 분노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 자체를 문제가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성 평등 사회가 오면 메갈리아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메갈리아가 싫다면 더욱 강하게 페미니즘을 외쳐야 한다. 그것이 메갈리아를 없애는 유일한 길이다. 소녀는 재판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성차별 극복의 필요성에 동감한다면 차가운 비판 이전에 따뜻한 연대를 먼저 실천해야 한다.
김산 학생
심리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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