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쥔 아이의 손은 작지만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다
 
이번주 두 번째 청춘은 사회적기업 ‘A’dren(에이드런)’의 대표 최재은 학생입니다. 에이드런은 ‘Inspired by childre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아이들의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상품을 제작하고, 얻은 수익을 다시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사회적기업인데요. 25살에 CEO가 된 그녀의 창업스토리, 함께 들어보실래요?
 
  -에이드런은 어떤 일을 하나요.
  “저희는 보육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미술교육 봉사활동을 해요. 미술교육을 진행하며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그림과 순수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 브랜드예요.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다시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죠.”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취업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막막했거든요. 그러다가 미술학원을 함께 다니던 두 친구와 우리가 좋아하는 미술, 봉사,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자고 결심했죠. 그래서 ‘우리 취업할 바에 차라리 창업을 해보자!’며 에이드런을 시작한 거예요. 셋의 공통분모를 살려서 미술교육 봉사활동을 하며 미술교육에 소외된 친구들과 만나고 있어요.”
 
  -와. 용기 있으신데요? 창업이라는 게 쉽지 않은 도전이잖아요.
  “아직 학부생이라 시간과 기회가 많다 보니 용기가 났어요. 또 정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지원을 받게 된 것도 한몫했죠. 요즘은 청년창업도 하나의 선택지인 것 같아요.(웃음)”
 
  -재은씨는 언제부터 봉사에 관심을 두고 계셨나요.
  “어머니께서 아동복 사업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 아이들 줄 옷을 들고 방문할 기회가 자주 있었어요. 제가 첫째라서 언니 오빠들이 많은 보육원에 가는 걸 정말 좋아했죠. 그러다 보니 보육원에 대한 기억이 행복하게 남아있어요. 덕분에 계속 봉사를 하러 발걸음을 옮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보육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Inspired by children’이라. 아이들에게 어떻게 영감을 받나요?
  “아이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는 거예요. 아이들이 그림 안에 담긴 천진난만한 스토리를 재잘재잘 말해주거든요. 너무 커버린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말들을 해서 ‘심쿵’하게 해요.(웃음) 그런 이야기들을 수집해서 제품 디자인을 할 때 반영하는 거죠.”
 
  -참신한 아이디어네요.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초반에는 아이들이 자기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어요. 부끄러워하며 안 보여주기도 했죠. 그런데 요즘은 먼저 그림 속 이야기를 해줘요. ‘선생님 이거 보세요!’라면서요. 이럴 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앞으로 미술 시간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이렇게 자신감 있고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동양화 작가 조화란과 아이들이 함께 작업한 '몽유도원도' 사진제공 최재은
     
  -지금까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나요.
  “첫 번째 프로젝트는 어떤 아이가 색종이를 찢어 글자와 동물을 만드는 걸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그리고 에이드런 로고를 색종이로 찢어 만들었죠. 후에 진행된 ‘아이와 아이’프로젝트에서는 아이들의 작품을 양말, 백팩, 목도리 같은 패브릭 상품에 입혔어요. 그리고 크라우드펀딩을 열어 얻은 수익금 전액을 보육원 아이들 이름으로 아프리카에 기부했죠.(웃음)”
 
  -와. 아이들의 그림이 또 다른 봉사를 가능케 했네요.
  “맞아요! 그게 저희의 목적이었죠. 사실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은 늘 도움만 기다리고 있는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아이들이 본인의 그림으로 다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가 아이를 돕게’함으로써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다소 현실적인 질문이지만 영리에 대한 부담도 있지 않나요?
  “그럼요. 기업으로서 수익창출을 해야 한다는 갈등도 있죠. 하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미술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아이들의 많은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경력이 얼마 안 되는 저희 팀에게 여기저기서 봉사를 부탁하는 연락이 올 때면 미술교육이 부족한 곳이 많다는 현실에 직면하거든요. 그럴 땐 참 씁쓸하죠.”
 
  -하지만 그런 면에서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도 생길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런데 사실 저희가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에이드런도 재능을 기부하고는 있지만 함께 프로젝트에 발맞춰주는 아이들에게 더 큰 도움을 받고 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A’dren이 ‘All the children’의 약자인 만큼 보육원에서 범위를 넓혀 새터민이나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도 꾸준히 진행할 거예요.”
 
  -에이드런의 승승장구를 응원합니다! 재은씨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인가요?
  “청춘이란 시기는 제한적이지 않고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그러니 그 시기와 단어에 구애받지 않고 ‘난 언제든 청춘이다!’라고 외치며 열심히 재밌게 살면 되는 것 같아요. 간단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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