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오면서 타인들과 많은 약속을 한다. 그 약속 중에는 인생을 바꿀 만큼 중요한 것도 있지만 만약 잊어버린다고 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것 중 하나가 ‘언제 시간 날 때 식사나 같이합시다’가 아닐까. 이런 말은 우리나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우리에게는 그냥 지나가다 마주친 지인과 나누는 인사치레이지 정식 약속이 아닌 경우가 많다. 

  두산그룹이 중앙대 법인을 인수한 후 중앙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중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부분 또한 있다.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법인 및 대학본부는 중앙대 구성원들에게 자기희생을 요구했고 반대급부로 많은 약속을 제시했다. 이것 중 일부분은 잘 지켜졌지만 아직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도 남아 있다.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아마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으며 이를 위해 법인과 대학본부는 몇 가지의 약속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약속 중 중요한 일부는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지켜질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중요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일반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자가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고 이해를 구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그 어떠한 사과와 해결방안을 공식적으로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이 글을 통해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이 글의 주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치른 세기의 대국을 지켜봤을 것이다. 시작부터 불공평한 경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의 우월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이 승리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세돌 9단은 패배했고 우리는 대국이 끝난 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이세돌 9단을 봤다. 이세돌 9단은 왜 자리를 뜨지 못한 것일까. 너무 분해서였을까. 아니다. 그는 복기를 하고 있었다. 왜 복기를 했을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다음에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다.

  오는 2018년은 중앙대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며 또한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는 해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그동안 법인과 대학본부는 많은 발전방안과 계획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들이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점이 있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 그 약속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면 무슨 문제점들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대책을 수립해 제대로 된 발전방안을 제시해야 할 시기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법인과 대학본부가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중앙대 모든 구성원의 바라는 약속은 ‘언제 시간 날 때 식사나 같이합시다’와 같이 실현여부가 불투명한 약속이 아니다. 이제는 대학의 미래를 위한 진정성 있는 희망의 약속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방효원 교수
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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