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인간(Homo Criticus)
  • 중대신문
  • 승인 2016.09.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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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받기를 즐기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는 사람을 너그러운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도 다반사이다. 그냥 모나지 않게 두리뭉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비판에 대한 왜곡된 이해에서 비롯된다. 그리스어의 크리네인(Krinein)과 라틴어 크리티쿠스(Criticus)에서 유래하는 비판(독Kritik, 불Critique, 영Critic)은 판단, 가치 평가, 분석, 감상, 결점 발견, 칭찬, 비교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지 시비를 거는 것이 비판이 아니다.

  게다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비판이 세상을 황량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반대로 비판이 없다면 세계가 얼마나 황량할지 상상하기도 두렵다. 비판적 태도와 정신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가 경험하는 이런 세계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한 근대 실험과학의 탄생에 일조한 베이컨(F. Bacon)의 출발점은 기존의 철학과 인간의 경향성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전통적 권위의 추락과 대안 부재의 상황에서, 회의주의와 신비주의적 조류가 확산되는 위기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철학은 무가치하므로 더 나은 설계도로 모든 것을 다시 정립하고, 올바른 기초위에서 과학, 기술, 인간의 모든 지식을 총체적으로 재건축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의 유명한 우상(偶像)비판은 쉽게 휘둘리는 인간의 경향성을 극복해야만 이러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영국 경험론의 출발이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의 비판이 당대의 상황에만 국한된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시대의 현상에도 타당한 메시지처럼 들린다. 여기에는 인간 사회 발전의 원동력과 한계가 바로 인간 자신의 결단과 선택에 놓여 있다는 평범한 진리, 즉 ‘비판의 인간학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비판에 대한 일반적인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비판은 관심의 표명이다. 인간관계가 시들해지면 서로 불필요한 관심을 자제하고 말수가 줄어든다.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는 ‘관심(Inter/Esse)’을 ‘존재를 서로 관통하는 관계’로 해설한다. 그러므로 Inter가 없이 Esse만 고집하는 사람, 즉 상호소통 없이 자신의 존재(주장)만을 내세우게 되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기회도 없고 말해봤자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점차 말하기 귀찮아지고 세상만사에 냉소적으로 되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이다.

  그런데 말이 없다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현명한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비판적인 의사표명을 하도록 동기부여하고 그들을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칸트는 『계몽이란 무엇인가』에서 지배자들이 예술이나 학문에 관해서는 국민을 감독하려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으며, 국가의 입법에 관해서까지 공명정대한 비판까지도 널리 발표하도록 허락해도 어떠한 위험이 없는 것을 통찰한 사례로 프리드리히 대왕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인용한다. “너희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관해 너희들이 원하는 만큼 따져 보라, 그러나 복종하라!(Räsonniert, soviel ihr wollt, und worüber ihr wollt: nur gehorcht!)” 그는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군주”라는 비유를 통해 리더의 덕목과 비판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때로 인간은 성취를 통해서보다 실패를 통해서 더 많은 교훈을 얻기도 한다.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추종이 참담한 결과를 낳았을 때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쓴소리’가 아니었겠는가! 비판적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포퍼(K. R. Popper)는 건강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통한 오류의 지속적인 교정과 점진적인 발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대학은 바로 사회발전을 위해 비판의 덕목을 인간의 기본소양으로 함양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올바른 비판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훌륭한 비판은 균형 감각과 절제를 수반해야 한다. 그래서 공평무사한 비판적 능력은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겸허한 비판에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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