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지위나 정체성을 가진 사람에 대해 쉽게 비하하고 재단하는 말들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보편적으로 치부되어 그 속에 어떠한 의미가 담겨있는지 제대로 인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혹은 그러한 말과 행동들에 대해 누군가 불편함을 느껴 이야기한다고 해도 ‘농담 하나 못 받아들이는 답답한 사람’으로 낙인 찍어버리기에 십상이다. 때론 그러한 사람들을 ‘프로불편러’라는 말로 오명 아닌 오명을 붙인다. 특히 성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쉽게 은폐되고 쉬쉬하게 되는 이유는 공적인 문제를 ‘사적’인 문제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성범죄, 성차별적 발언, 혐오 발언이 자신의 주변에는 없는 양 치부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선 ‘너만이 겪은 일’, ‘오늘만 재수 없던 일’로 치부한다. 모욕을 당하거나 피해를 본 사람에게 오히려 그러한 일들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한다. “어떻게 입고 다녔길래”, “그러게 누가 밤늦게 다니래” 등등 수많은 말로 또다시 피해자를 억압하고 2차 피해를 발생시킨다. 이렇듯 폭력과 피해에 대한 발화를 친밀성으로 가리고 수치심으로 둔갑하여 이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했던 역사가 있었다. 

  당사자들의 문제제기와 투쟁으로 사회에서 명명되지 못했던 문제들이 ‘성폭행’, ‘성추행’, ‘데이트 폭력’ 등의 말로 최근 공론화되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개인의 경험과 느낌에 대해 충분히 듣는 것은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며 그 당사자가 현재, 바로 지금 여기서 투쟁하는 현장의 목소리이다.

  대학 내부에서도 은폐되었던 문제들이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끊임없이 존재했던 대학 내 성폭행, 성추행 사건들에 이어 한창 뜨거운 이슈로 논의됐던 K대 단체 카카오톡 사건들을 보면 대학 내 성평등 감수성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문제의 심각성이 커짐에 따라 성평등 문화 확산에 대한 요구들이 늘어가고 있다.

  서울캠 성평등위원회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성평등 사례집(가칭)’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당사자의 불편했던 경험에 대한 사례들을 모아 당사자들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작업은 크게 3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먼저 학내 학생기구에서 공식적으로 당사자들의 말하기를 보여주고 대학 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실어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식적인 사례집 발간을 통해 차후 학내 성평등 문화 확산의 방향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학내 구성원이 성평등과 관련하여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를 가지는 것이다. 당사자의 말하기는 모든 문제 발견의 시발점이다. 대학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나영 학생
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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