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
  • 유다해 기자
  • 승인 2016.09.1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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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 3인을 만나다-
 
프랑스의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말했습니다. “나는 부자를 위해 2억 달러짜리 요트도 디자인 하지만 가난한 사람도 살 수 있는 2달러짜리 우유병도 디자인한다. 돈이 많고 적음에 구애받지 않고 제품을 사용할 사람에 대해 존경심과 사랑을 갖고 디자인한다. 디자인의 시작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이번주 ‘학술이 술술술’에서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마케팅을 하는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기 위해 ‘디자인 포럼: 포크’에 갔습니다. 함께 볼까요.
 
  지난 6일 코엑스 컨퍼런스룸 201호에서 ‘디자인 포럼: 포크’ 강연이 열렸다. 강연은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마지막 순서인 3부에서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강연자는 닥터미즈코리아 김민성 대표와 하이엔드캠프 이동철 대표 그리고 현대카드를 디자인한 토탈임팩트 오영식 대표다. 이날 강연에서는 디자인이 이뤄지는 과정과 이에 따른 마케팅 그리고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실전에서 만난 영혼의 부딪힘
  아트와 엔터테인먼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김민성 대표는 아트가 창작자가 원하는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 반해 엔터테인먼트는 수용자가 원하는 창작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디자인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도 바로 창작물을 받아들일 수용자다. 여기서 수용자는 곧 클라이언트다. 그들은 수용자이자 동시에 디자이너의 작품을 사려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김민성 대표는 “디자이너는 직접 자신의 창작물을 사는 클라이언트를 만족하게 해야할 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접할 보이지 않는 소비자도 만족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민성 대표는 소비자들을 만족하게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인내라고 말했다. 인내를 가지고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창작자와 수용자의 접점을 이루게 하는 디자인을 찾게 된다. 소통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김민성 대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해 병원 수술실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업무를 맡게 된 일화를 제시했다. 당시 그는 3개월가량 의사들이 요구하는 수술실에 필요한 사항들을 듣는 데에만 집중했다. 디자인에 앞서 실제 프로그램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창작물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소통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 소통의 과정의 끝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찾게 된다.

  소통과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디자인은 상품에 적용돼 마케팅의 중요한 영역을 담당하게 된다. 김민성 대표는 전시회 벽 색깔이 변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지난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시회 벽은 모두 하얀색으로 칠해져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벽에 색을 입히기 시작하자 그림을 더욱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벽면의 색감 때문에 그림의 가치가 향상된 사례이다. 이렇듯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들어주고 반영해 창작함으로써 클라이언트의 상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가격에 맞는 가치를 만들라!
  디자인이 탄생하면 동시에 그에 따른 마케팅도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마케팅 중 하나는 하이엔드 마케팅이다. 하이엔드 마케팅은 극소수의 최상류층을 겨냥한 고급 브랜드 판매활동을 말한다. 하이엔드 마케팅은 가격이 아닌 가치에 중심을 둔 마케팅이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한 측면으로 부각된다. 이때 디자인은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이동철 대표는 하이엔드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경제 활동의 영역에서 중간계층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도쿄의 다이칸야마를 들었다. 다이칸야마는 최상류층이 하나의 거주지를 이루고 있는 부촌지역이다. 그들의 도시는 하이엔드 마케팅으로 가득 차 있다. 다이칸야마의 상점들은 소비자들이 천천히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소비자들이 천천히 이동할수록 소비가 이루어질 확률은 증가하게 된다. 상점 앞의 주차장도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다. 도쿄의 비싼 땅값보다는 최상류층 소비자들의 편의를 더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다이칸야마의 서점에서 할인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가격도 100엔 단위보다는 1000엔 단위로 책정한다. 불필요한 거스름돈이 생기는 것보다 소비자의 편리함을 배려한 가격설정이다.

  또 다른 예로 이동철 대표는 커피전문점을 들었다. 최근에는 저렴한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전문점과 비싼 가격으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는 커피전문점만이 흥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소비하는 중간계층도 사라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디자이너의 삶
  이어서 강연을 진행한 오영식 대표는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논했다. 그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통해 생계유지와 가치실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을 크게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으로 나눠 설명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디자이너는 다른 사람과 협력할 줄 알아야 한다. 그는 “한국에서 디자이너는 아티스트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엔지니어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품의 판매율이 저조하면 판매율을 올리기 위해 포장 디자인을 바꿔 판매율을 올리는 것이다. 또한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팀 프로젝트를 주로 하게 맡게 된다. 이때 팀워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관점을 달리해 보는 자세도 중요하다. 디자인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요구하게 된다. 디자인은 어떤 대상의 단점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는 이런 단점을 단점이라고 받아들인 순간 문제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다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디자이너가 자신의 가치를 실현 하는 것은 디자인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친구를 보곤 하지만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며 “세상이 디자인을 바꾼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다. 오영식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일과 생활의 일치는 이런 개인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이 어우러졌을 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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