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디 성공합시다, 김종은 지음, 문학과지성사
에미넴의 삶을 담았던 영화 <8 Mile>의 대사가 새삼 떠오른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 삶은 팍팍하기만 하고 희망이라 불러도 좋은 것들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싶은 나날이다. 그래도 가끔 뉴스에 미담을 전하는 소식들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지하철에서 갑작스레 아이를 출산한 산모를 길 가던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도왔다는 뉴스를 보았다.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새 생명을 받아냈다는 이야기에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건강한 아이의 탄생에 기뻐하면서도 아이가 사내애라는 소식에 나는 소설 속 남자들을 떠올렸다. 
 
  김종은의 소설집 『부디 성공합시다』에는 모범 시민, 우등 아빠로 살아남기 위한 보통 남자가 등장한다. 이 소설은 그야말로 어려운 시대를 제대로 살아내야만 하는 보통 남자의 분투기라 할 수 있다. 수록된 8편의 단편들 중에서 「줄넘기」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다시 가슴에 품게 만드는 작품이다. “꽤 오랫동안 아버지를 동상이라 여겼다.(43쪽)”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자신 역시 그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희생해야만 제 역할을 다 해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존재, 아버지다. 모진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동상, 언제나 한결같은 자세로 그 자리에 존재해야만 하는 동상의 이미지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치원에 왜 다녔어? 괜찮은 초등학교 가야지. 중학교 왜 다녔어? 괜찮은 고등학교 가야지. 그래서 괜찮은 대학 가야지. 대학원 왜 다녔어? 괜찮은 직장 가져야지. 왜? 돈 벌어야지. 돈을 왜 벌어? 결혼해야지. 결혼해서 애 낳아야지. 그래서 또 유치원 보내야지... 여기 사람들, 다 그렇게 살아.(63쪽)”
이쯤 되면 비극이거나 말도 안 되는 희극,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괜찮다’는 말이 위로가 되면서도 삶의 족쇄같이 느껴진다. 실제 오늘날 우리의 삶이 그렇다. 괜찮게 살기 위해서 괜찮은 교육을 받으려고 하고 괜찮은 직장, 괜찮은 결혼을 꿈꾼다. 도대체 그 괜찮은 것들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일까? 괜찮다는 것의 명확한 실체는 어떤 것인가?
 
  소설집의 표제작 「부디 성공합시다」는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없는 성공학 강사 김형준이 성공에 관한 강의를 한다는 것부터가 허무맹랑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디 성공하자”는 그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은, 그런 가망 없는 희망이라도 가슴 한편에 품고 있어야 오늘을 ‘괜찮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안심시킬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폼 나게 살고 싶었다는 작가 김종은의 말처럼 우리 모두 폼 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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