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가능한 광장 꼭 필요해"
광장의 정치사회학적 의미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 광장의 사전적 정의다. 현재 중앙광장은 ‘광장’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잔디보호를 위해 광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캠은 지난 2011년 잔디밭 조성 이후 현재까지 광장 없는 캠퍼스를 유지하고 있다. 캠퍼스 내 광장은 학내 구성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광장의 정치사회적 분석을 전문가를 통해 들어봤다.

  광장의 역할

  하상복 교수(목포대 정치언론홍보학과)는 광장만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은 광장에서 타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공존에 대해 인식한다”며 “이 과정에서 군중들은 집단적 상호성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최영진 교수(정치국제학과)는 광장을 ‘공명(共鳴)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장에 모인 다수의 사람들은 의견을 표출하면서 기존의 억압과 규율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광장 속 집단 구성원들은 이러한 동질감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획득하게 된다.

  잔디 속 숨겨진 규율과 배제

  최영진 교수는 학생들이 ‘잔디보호’라는 규율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잔디광장이 전시와 관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규율을 내면화한 학생들은 규율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단 규율을 어길 시에 사회에서 낙오되는 것을 우선시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집단적 소통의 장을 막는 주요 요인이 된다.

  또한 최영진 교수는 ‘사람과 공간’에 대해 정치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공간에 집결한 사람들은 기존의 규율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반해서 그들을 규율 안에 통제하고자 하는 이들은 공간을 구획하여 공간에 결집한 사람들의 힘을 위축시킨다. 최영진 교수는 이를 통해 사람을 공간으로부터 소외시키고 배제한다고 말했다. 최영진 교수는 “대학은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자유를 추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며“이를 위해 광장을 개방해 학생들이 모여서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상복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하상복 교수는 “잔디보호가 대학이라는 교육 공동체의 고유한 목표에 부합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모여 공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대안 될까

  정태일 교수(충북대 정치외교학과)는 광장의 대안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제시했다. 그는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의견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시민운동도 온라인에서 출발해 직접 참여방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의 매체적 한계도 존재한다. 하상복 교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상당한 파급력에 있어 높은 효율성을 보이지만 실제 행동을 기반으로 두고 있지 않다”며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공감을 얻기 어려워 집단행동에 추진력을 받기 힘든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상복 교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광장의 대안으로 부족하며 광장만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광장의 역할이 미약해지면 학생들이 학내사안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하상복 교수는 “광장이 없다면 학생들을 결집할 동기가 부족해 공동체적 관점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인터넷 공간에서 공동의 이해관계를 수립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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