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맡은 교양강의는 3시간 연강이라 중간에 10분 정도 휴식시간을 갖는다. 말 그대로 휴식을 하거나 짧은 잠을 청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많은 학생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스마트폰과 함께 그 휴식시간을 보낸다. 친구와 문자를 하는 학생, 열심히 인터넷을 서핑하는 학생,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 학생, 그리고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열심히 게임 삼매경에 빠진 학생까지. 가끔 타게 되는 지하철의 내부모습은 더 삭막하다. 짐짝처럼 내몰려진 러시아워 전철 안에서도 사람들은 손을 위로 뻗어서라도 스마트폰을 보고자 한다. 전 세계가 스마트폰 열풍에 빠져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을 정도가 됐으며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현대병도 생겨났다. 스마트폰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가족보다 더 단단하고 끈끈한 존재가 돼버렸다. 시간을 다투어 새로운 기능의 폰들이 쏟아져 나오고 얼리어답터들은 밤을 새워 기다려가며 그 새로운 폰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지난 8월 15일은 스마트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과학이 좋아 과학을 공부하고 결국에는 물리학 교수가 됐지만 우리를 더욱더 편리하게 만들어준 과학이 이제는 지금의 젊은 학생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과거의 소중한 것들을 지워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떠올려 본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운 사람에게 정성 어린 손편지를 몇 시간씩 쓰고서도 전달되기까지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함에 안타까워했다. 또 연락할 방법이 없어 무작정 몇 시간을 기다리다 바람을 맞고 슬퍼하던 추억도 있었다.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작은 쪽지에 곡목과 사연을 적어 DJ에게 전달해야만 했고, 보고 싶은 영화는 길고 긴 줄에 서서 몇 시간 기다려 표를 구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도 안 되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모습일 것이다. 연인에게는 문자나 카톡으로 사연을 보내면 되고 보고 싶은 영화는 실시간으로 예매하고 듣고 싶은 음악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컷 들을 수 있다. 2~3시간을 막연히 사람을 기다리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소통되고 답답함 없는 세상이기에 우리는 편리함에 스스로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카페에 마주 앉아있지만 대화는 없고 서로 열심히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든 젊은 연인들을 자주 보곤 한다. 기다림의 미학도 천천히 가야 하는 여유로움도 서로에 대한 작은 배려도 우리는 이제 더는 경험할 수 없다. 
 
우리와 함께하는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스마트하다. 하지만 이에 종속되어 창의적 사고를 하지 않는 우리는 더는 스마트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무지해져 갈 뿐이다. 
 
  잠시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여유롭게 사고하며 조바심보다는 천천히 행동하며 창의적인 자신과의 사색의 시간을 갖기를 바라본다. 잊고 있던 그리운 추억들이 가을의 미풍처럼 다가오지 않을는지…. 
한상준 교수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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