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 교지는 모두 빛을 좇고 있다
  • 주보배 기자
  • 승인 2016.09.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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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 204관(중앙도서관) 앞에 교지편집위원회의 배부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탈정치화, 교지 위기 불러와
12개중 6곳이 재정적으로 어려워
모든 교지들 SNS 계정 운영
대다수, “교지는 대학사회를 지적해야”
 
언론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대형 일간지에서부터 작은 언론사까지. 모두들 멀어지는 독자의 관심을 붙잡고 저들만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보이려 애를 쓰고 있다. 대학언론 중에서 ‘진보언론’이라고 불리는 교지는 어떤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어떻게 극복하려 하고 있을까. 중대신문이 서울 주요 교지 14개의 편집장에게 교지의 위기에 대해 들어봤다.
 
  학생사회 전반이 흔들린다
  취재한 14곳의 교지 중 11개 교지의 편집장은 모두 교지가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했다. 그중 9명의 편집장은 교지가 위기를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독자들의 무관심을 말했다. 『성신』 박예진 편집장(성신여대 심리학과)은 “교지는 여러 문제를 다방면으로 겪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학생들의 무관심에 있다”며 “학생들이 교내 자치언론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교지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국』 장은정 편집장(건국대 철학과)은 “독자의 관심과 지지를 받지 않는 교지는 비판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며 “대학본부의 탄압이 있을 때 학생들이 부당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교지를 지지해준다면 교지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독자들은 교지를 더 이상 찾지 않는 걸까. 9명의 편집장은 입을 모아 학생사회의 붕괴를 원인으로 꼽았다. 학생사회를 중심으로 학생운동의 열기가 한창 달아올랐던 1980년대에 교지는 대학 안에서 이뤄지는 논쟁을 담아내며 학생운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학생운동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점차 교지의 역할도 축소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황』 박휘원 편집장(경희대 사학과)은 “1990년대부터 교지가 전체 대학사회에 유의미하게 존재하고 재생산될 수 있게 했던 조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교지가 마주한 위기를 해결하려면 전체 대학사회의 위기에 대한 문제인식과 대안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정 편집장 역시 “대학사회 안에서 공론화 역할을 하는 교지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는 것은 대학사회 자체의 위기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사회에 학생운동의 열기가 식고 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교지에서 주로 다뤄지는 사회겵ㅔ죦대학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은 현저히 줄었다. 경쟁사회에 내몰려 취업난에 시달리는 지금의 대학생들은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안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20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탈정치화 현상이 교지의 위기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고대문화』 이재영 편집장(고려대 영어영문학과)은 “지금의 대학사회에는 개인이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이던 정치적 주체성이 결여됐다”며 “독자들이 정치성이 강한 내용을 이전만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매체 환경의 변화도 한몫해
  인쇄 매체의 영향력 감소를 원인으로 보는 의견도 많았다. 언론을 수용하는 매체가 인쇄 매체에서 뉴미디어 매체로 변화하면서 독자들은 인쇄 매체에서 멀어졌다. 이에 따라 인쇄 매체에 기반을 둔 교지 역시 독자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지게 됐다. 『연세』 여지원 편집장(연세대 경제학부)은 “많은 학생이 인쇄 매체보다 SNS와 같은 뉴미디어 매체를 통해 언론을 접하고 있다”며 “언론을 수용하는 플랫폼이 바뀐 만큼 교지도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신문과 다루는 주제가 중복된다는 점을 교지의 경쟁력이 약화한 원인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와우』 송지민 편집장(홍익대 국어국문학과)은 “인쇄 매체라는 공통점이 있는 대학신문과 교지는 다루는 주제가 겹칠 수밖에 없다”며 “대학 신문과 구별되는 교지만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절반은 재정적 어려움 겪는다
  위기에 직면한 교지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절반의 교지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놓여 있었다. 취재결과 14개의 교지 중 7개는 등록금 납부 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납부하는 비용으로 재정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중앙문화』는 교비를 지원받지 않고 별도의 기타납입금을 통해 한 학기 동안의 예산을 마련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재정을 마련하는 교지 중 대부분은 학생들의 납부율이 낮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러비』 민경연 편집장(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전공)은 “학생자치회비의 납부율이 낮아 교지를 운영할 예산이 부족하다”며 “별도로 상시 후원을 받고 책 후면에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납부한 학생자치회비 중 일부를 배정받아 재정을 꾸리는 교지 중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었다. 교지대가 학생회비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학생회비 납부율 자체가 낮아 전체적인 학생 자치 예산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박휘원 편집장은 “매년 학생자치회비를 납부하는 학생이 줄어들어 교지에 광고를 싣고 있다”고 밝혔다.
 
 수습위원 지원자 수의 감소, 발행부수의 감소 등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교지도 있었다. 수습위원 지원자 수가 감소한 곳은 3곳으로 ▲『동국』 ▲『서강』 ▲『성균지』다. 『동국』 장유진 편집장(동국대 국어국문학과)은 “수습위원의 충당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지난 2014년 열댓 명이었던 인원이 지금은 세 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3년 이내에 발행부수가 감소한 곳은 ▲『성신』 ▲『연세』 ▲『러비』로 총 3개였다. 여지원 편집장은 “재정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후 5000부에 달했던 『연세』의 발행부수를 2500부로 줄였다”고 밝혔다. 박예진 편집장은 “올해부터 학교로부터 독립해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이후로는 1500~2500부씩 발행하던 『성신』을 500부로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터널 속 희미한 불빛을 찾아서
  SNS 계정을 운영하는 것은 모든 교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추세였다. 14개 교지는 모두 뉴미디어에 익숙해진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페이지에는 ▲수습위원 모집 ▲독자 이벤트 ▲대자보 ▲속보 등이 게시됐다. 14개 중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교지는 총 3곳으로 ▲『동국』, ▲『외대』 ▲『러비』였다. 장유진 편집장은 “『동국』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카드뉴스와 동영상으로 소식을 전고 있다”며 “이는 학내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무관심은 재정적인 문제를 불러오고 어려움이 지속된 교지는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일부 교지는 기존의 성격을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춰 바꾸기도 했다. 학교를 비판하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보다는 학생들의 생활과 문화에 밀접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다. 송지민 편집장은 “예전에는 학교를 비판하는 등 무거운 소재를 주로 다뤘지만 현재는 학생들이 더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점차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교지도 있었다. 『성균지』 김성민 편집장(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은 “아무리 잘 만든 책이라 할지라도 읽는 사람이 없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며 “예전처럼 너무 딱딱한 내용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가벼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12개 교지, 기존 가치관 고수
  12개의 교지는 1980년대부터 이어온 진보언론의 성격을 고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의 문제를 대학생의 시선에서 풀어내고 대학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여전히 교지가 나아갈 방향으로 여기는 것이다.
 
『중앙문화』 지산하 편집장(중앙대 신문방송학부)은 “대학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가장 정확히 짚어내는 언론은 결국 대학언론뿐이다”며 “『중앙문화』는 앞으로도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기록자이자 전달자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장유진 편집장 역시 “권력을 견제하고 소외된 곳을 들여다보고 늘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언론이 다루는 것은 대부분 위험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언론은 언제나 위기일 수밖에 없다”며 “역사가 언제나 과도기이듯 언론은 언제나 위기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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