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우러르고, 가르친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제 자리에서 빛을 뽐내죠. 찬란한 별들을 마주하고 있자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곤 하는데요. 두 번째 청춘은 아마추어 천문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수 학생입니다. 별지기 영수씨와 함께 밤하늘 투어를 떠나볼까요?

  -천문을 지도한다라…. 낭만적인데요?
  “저는 천문지도사로서 밤하늘 문화생활을 장려하고 있어요. 남녀노소 모두가 반짝이는 별을 보고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요즘엔 주로 학생들을 만나 강연을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강연이 있나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강연이었어요. 원래 망원경을 못 만지게 하는데 한 친구가 망원경을 만지고 있는 거예요. ‘어! 안 되는데.’ 제지하려던 순간 그 친구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걸 알았어요. 아무 말 않고 충분히 망원경을 만져보도록 기다렸죠. 손끝으로 세상을 보는 친구니까요.”
 
  -그 친구는 별을 어떻게 느꼈을까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망원경에 눈을 대고 별을 관측했어요. ‘선생님. 저 별자리는 어떻게 생겼나요?’라고 묻더라고요. 저는 그 친구의 손바닥 위에 별빛들을 하나하나 찍어줬어요. 플레이아데스성단의 알키오네, 아스테로페, 케라에노, 엘렉트라…. 7개의 별을 찍어줬죠. 그랬더니 정말 기쁘게 웃더라고요. 그때 그 감정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와….
  “그날 밤 저와 그 친구는 같은 하늘에 같은 별을 본 거예요. 그 이후로 별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함께 공유하는 그 순간, 아름다움과 벅찬 감정이 배가 되는 걸 느꼈거든요.”
 
  -멋지네요. 그렇다면 가장 인상 깊었던 별은 뭔가요?
  “처녀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인 스피카예요. 표면 온도가 20,000℃ 이상의 고온이라서 매우 푸르게 빛나죠.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게 쌍성이라는 거예요. 작은 별이 큰 별 주위를 돌고 있죠. 처녀자리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씁쓸하면서도 웃기더라고요.(웃음)”
 
  -처녀자리의 배신인데요.
  “기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별들도 저마다의 스토리와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고 재밌어요. 마치 사람 사는 세상 같아요.”
 
  -앞으로 별지기가 되고 싶으신 건가요?
  “별 보기는 제 취미에요. 취미라기엔 전문적이긴 하지만 저는 물리학연구를 더 하고 싶거든요. 단지 천문지도사로서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여기저기 소문내고 싶은 마음이 취미를 적극적으로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짓궂은 질문인데. 별이 좋나요, 물리가 좋나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너무 어려워요. 둘 다 저한텐 너무 소중하거든요. 실험하다가 힘들면 하늘 보고 힘내고, 또다시 들어와서 실험하는 걸 반복해요. 아마 평생 제게서 그 둘을 떼어 놓을 수 없을걸요.”
 
  -앞으로 별을 보러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요.
  “호주요. 호주는 별빛이 너무 찬란해서 사람 그림자가 생긴대요. 혹은 통일이 된다면 북한 개마고원에서 별을 관측하고 싶어요. 거기는 어둡기 때문에 별빛이 더 또렷하게 보이거든요.”
 
  -중앙대에서 별 보기 좋은 곳은 어디예요?
  “아쉽지만 서울캠 주변에는 없어요. 아주 맑은 날에만 고작 10개 정도의 별을 볼 수 있거든요. 가로등이나 형광등에서 나온 빛이 공기 입자에 흡수되면서 빛을 한 방향이 아닌 사방으로 흩뿌려요. 그래서 또렷한 별빛을 보기 더 어려워지는 거예요. 반대로 캠퍼스가 넓어서 주변에 건물이 많지 않은 안성캠은 별이 정말 예쁘게 보인대요. 저도 시간이 되면 꼭 가보고 싶어요.”
 
  -덕분에 앞으로 밤하늘을 자주 보게 될 것 같아요.
  “와. 정말 기쁘네요. 기자님처럼 밤하늘 중독자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웃음) 그게 모든 별지기들의 바람이기도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영수씨에게 청춘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인생 전 구간이 청춘이 아닐까요. 우리가 거치고 있는 이 푸른 봄을 지나면 다른 계절들이 또 오고, 그렇게 시련을 거치다 보면 또다시 새로운 봄이 오는 거니까요. 매일매일 우린 청춘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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