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언론의 본래 역할을 기억하라
 
고인 물은 썩는다. 끝없이 자신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결국 뒤처지고 만다는 교훈이 담긴 말이다. 사회가 변한 만큼 독자층의 요구가 변했고 교지를 대하는 대학본부의 방식 또한 변했다. 14개의 교지는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들은 80년대의 황금기 시절에 멈춰 도태의 길로 향하지 않았다. 썩지 않기 위해 각각의 대안을 찾아 흐르고 있었다. 위기의 교지는 과연 도태되지 않을 수 있을까.
 
  접근성의 제고와 재정안정성의 확보
  14개의 교지는 모두 독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SNS를 운영하고 있었다. SNS에 게재되는 영상기사나 카드뉴스는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반면 활자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존 잡지는 정보의 깊이와 질이 보장된다. 『중앙문화』 주간교수를 맡고 있는 고부응 교수(영어영문학과)는 교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사가 유통되는 매체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지가 활자 중심의 잡지뿐만 아니라 SNS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기사는 내용과 형식 모두가 고려된 기사다.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형식에 따라가려다가 기사의 질을 포기해선 안 된다.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의 박대용 뉴미디어팀장은 “젊은 독자층을 겨냥하는 대학언론의 특성상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좋은 기사에 대한 고민 없이 유행만을 쫓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교지가 겪고 있는 재정적 위기에 대한 시선은 둘로 갈라졌다. 김용찬 언론홍보영상학부장(연세대)은 교지가 대학본부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본부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이상 교지는 독립언론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본부의 지원 대신 구독료나 독자들의 후원금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방식을 권장했다.
 
  반면 교지는 학생활동의 일환이므로 대학본부로부터 예산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입장도 있었다. 고부응 교수는 “대부분 학생의 등록금으로 이뤄지는 학교 예산에는 학생활동비 역시 원칙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며 “교지 예산은 학생활동에 필요한 경비이므로 교지가 당연히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지 논조의 무게에 대한 의견 나뉘어
  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교지에 담는 내용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둘로 나뉘었다. 교지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가벼운 주제로 내용을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존 교지의 무거운 논조로 사회의 방향을 짚어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과거 80년대의 교지는 학생운동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지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종혁 교수(경희대 언론정보학과)의 주장이다. 이종혁 교수는 “현재의 교지가 과거의 교지처럼 지면 전체를 무거운 주제에 할애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교지의 주 독자층이 학내 구성원인 만큼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교지가 과거에서부터 지키고 있던 논조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다. 대학 사회에서 대학에 꼭 필요한 말을 뱉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부응 교수는 “지식인의 역할이 희미해진 지금, 불합리를 지적하는 언론이 대학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업, 문화, 여행 등의 가벼운 주제는 기성 잡지가 충분히 잘 다루고 있지만 대학과 그에 관련된 쟁점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것은 대학언론이다. 박대용 뉴미디어팀장 역시 “독자의 관심을 지나치게 고려하다 보면 흥미 위주의 기사를 싣게 된다”며 “대학 사회가 금기시하는 영역을 깨고 진실을 알리는 언론의 본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학언론인 교지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고부응 교수는 대학본부가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학본부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현 교지들이 처한 위기는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교지는 대학 내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조직이므로 정상적인 대학본부라면 교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용 뉴미디어팀장 역시 교지는 대학언론만이 다룰 수 있는 주제를 통찰력 있게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지가 대학본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시도하거나 과감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찬 언론홍보영상학부장은 대학언론의 독자층을 확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학언론은 캠퍼스 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학 주변의 지역 사회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을 포함한 지역 공동체의 여러 주체와 원활하게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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