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인공지능의 연구윤리를 정립해야 할 때"

 지난 3월 이세돌과 알파고 간에 펼쳐진 세기의 대결을 기억하시나요? 인공지능의 승리에 인류는 큰 충격에 빠졌죠. 이렇듯 인공지능의 고도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데요. 이번주 두 번째 청춘은 본인의 전공인 철학과 인공지능을 엮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자 하는 이은재 학생입니다.
 
  -제2의 알파고 같은 새로운 인공지능을 발명하고 싶은 건가요?
  “아니요. 저는 인공지능이 새로 개발될 때 발맞춰 따라가야 할 윤리적인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주로 공부하고 있는 분야는 철학이고 이것을 인공지능에 결합해서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다소 철학적이죠? 하하.”

  -매우 철학적인데요.(웃음)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인공지능은 인류를 위해 개발됐다지만 조금만 위험한 생각을 더해보면 바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무기가 돼 버리거든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튜브를 던져 주는 로봇을 예로 들어볼게요. 이 구조 로봇에게 튜브 대신 다른 것을 쥐어준다면? 그것이 칼이나 폭탄이라면? 한순간에 무시무시해지죠. 이런 끔찍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연구윤리가 개발속도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갑자기 두려워지네요. 인공지능 분야에서 더더욱 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네요.
  “그렇죠. 인공지능과 관련된 문제는 최근에 대두됐기 때문에 미리 철학적 가치를 바로 잡아둬야 해요. 사실 다른 분야에서는 철학이 소위 ‘뒷북’을 치는 경우가 있잖아요.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이 반성할 땐 이미 늦었죠.”

  -씁쓸하네요. 공학자들이 연구윤리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걸까요?
  “그건 아니에요.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은 ‘공학자와 개발자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데 있어 철학적인 부분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이 분야를 깊게 탐구해 줄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요.”

  -요약하자면, 대참사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의 연구윤리를 정립할 전문적인 철학가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바로 그거예요! 공학자와 철학자를 연결시켜주는 오작교가 되고 싶어요.”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이 있으시네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인공지능에 흥미는 있었지만, 사실 ‘인공지능’하면 공학도의 영역이라고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웠죠. 저는 인문학도기 때문에 공학 공부는 할 수 없다고 혼자 막연히 생각한거예요. 그런데 생물학자 최재천과 인문학자 도정일이 만나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화를 주장하는 책 『대담』의 10주년 강연에 우연히 참석한 뒤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떤 강연인지 궁금해요.
  “10년 전에 비해 인문계와 이공계의 통섭이 현재 얼마나 이뤄졌는지 살펴보는 취지였죠. 당시 제 질문지가 700여명을 뚫고 당첨됐어요. ‘인문학도들은 뒤늦게 이공계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다. 어떻게 해야 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두 가지를 함께 배우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그 방법은 관련 분야의 책을 읽는 것 뿐이다’였어요. 덧붙여 ‘우리가 바꿔줘야 했던 세대인데 미안하다’고 하셨죠.”

  -막연히 책을 읽으라니요. 답답했겠어요.
  “속이 뚫리는 사이다 같은 답변은 아니었지만 조언대로 책부터 읽기로 했습니다. 인문학, 인공지능, 융합, 소프트웨어 등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죠. 덕분에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게 됐고 인공지능의 본질을 보다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그러려면 인문학적인 접근뿐 아니라 인공지능 시스템 자체를 제대로 파악해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멋진데요. 그럼 요즘은 어떻게 공부하고 계세요?
  “디지털이미징전공에서 인공지능의 시스템에 대한 수업을 듣고자 복수전공을 신청했는데 다행히도 합격했어요. 그길로 미적분 책을 펼쳤어요. 20년 넘게 ‘수포자’였던 제가 말이에요.(웃음)”

  -헉. 어렵진 않나요.
  “힘들긴 하지만 꿈을 향한 걸음이라 생각하니 그렇게 힘들어했던 수학이 맞나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어요. 놀랍죠?”

  -파이팅입니다. 마지막으로 은재씨에게 묻고 싶어요. 청춘이란 뭘까요?
  “계절은 기온으로 정해지지만 청춘은 꿈의 온도로 결정되죠. 꿈이 뜨겁기만 하면 청춘은 저절로 따라오는 거예요. 문제는 ‘꿈을 어떻게 계속 끓게 만들 수 있을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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