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기억하려는 자. 역사에 무관심하고 잊으려는 자. 역사를 지우려는 자. 방학 중 흑석역 앞에서 진행된 동작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가한 기자가 그곳에서 느낀 역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이는 많았다. 제막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아픈 과거지만 이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PRESS TV 외신 특파원 프랭크 스미스도 동참했다. 그는“위안부 합의로 위안부가 잊혀질 수 있는데 이를 잊지 않기 위해서 소녀상을 세운다는 것이 흥미로워 취재 하러 왔다”고 말했다. 제막식이 끝난 뒤에도 그는 소녀상 곁을 쉽게 떠나지 못했고 소녀상의 의미와 비문에 대해 꼼꼼히 알아갔다. 위안부 문제는 더 이상 우리만의 역사가 아닌 듯했다.
 
  아픈 기억을 잊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녀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던 게 아니었기 때문 건립 과정에는 녹록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소녀상은 지난 4월 9일에 건립될 예정이었지만 광복절로 날짜가 미뤄졌다. 많은 이들이 모금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아 생각보다 모금액이 저조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들이 소녀상 건립에 반대해 어려움은 더해져 갔다. 동작구민들의 의견을 모아 흑석동으로 부지가 결정됐지만 일부 지역주민은 이에 반발한 것이다. 합의가 끝난 역사를 들춰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애석하게도 역사를 지우고자 하는 이도 많았다. 일본 정부는 10억엔의 기금을 빌미로 소녀상 철거를 압박한다. 또한 기금 사용은 할머니들의 상처 치유가 아닌 위로 형태와 다름없고 이는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라 돈으로 역사를 바꾸자는 이야기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치인들은 “소녀상은 일본군이 젊은 여성을 강제 연행해 성노예로 삼았다는 잘못된 인식의 상징이다”라며 제대로 사죄하지 않고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있다. 역사를 지우려는 자들이다.
 
  기자는 기록하는 자다. 우리는 소녀상이라는 아픈 역사에 대해 두 가지 시선을 갖고 있었다. 한쪽은 기억하려 했던 반면 다른 쪽은 기억을 잊고자 했다. 또 다른 편에서는 역사를 지우고자 한다.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은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기록의 정의다. 기자는 그 모든 시선을 꼼꼼히 기록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를 알리고 남겨야 한다. 기록하는 자의 숙명이다. 
 
  제막식 이후 한 중학생이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역사를 바꾼 그날의 용기를 잊지않겠습니다’라는 추모의 글을 두었다. 그리고 기록하는 나는 바로 카메라에 사진을 담았다. 소녀상 옆에는 소녀상이 의미하는 바에 관한 글귀들이 적혀있다. 또한 소녀상은 뒤꿈치를 든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다. 이는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속 한이 풀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소녀상의 발은 불편하게 뒤꿈치를 들고 있다. 그리고 기록하는 나는 수첩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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