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사업이라는 덫에 걸린 대학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6.08.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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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CK-Ⅱ사업’에서 2016년 ‘CORE 사업’, ‘PRIME 사업’, ‘평단사업’까지. 이대를 비롯한 타대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사업에 너도나도 도전장을 내미는 분위기입니다. 대학이 학내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정지원사업에 뛰어드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대학이 재정지원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흔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2014학년도 대학 이월·적립금 통계는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데요. 통계에 따르면 PRIME 사업에 신청서를 내민 홍익대의 적립금은 약 6943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이화여대의 적립금도 약 7319억원이죠. 서울 소재 사립대 24곳은 평균적으로 약 1756억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은 적립금이라는 이미 확보된 재정을 함부로 운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적립금은 대부분 외부 기부금으로 구성되기 때문인데요. 외부 기부금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에 따라 기부자와의 약정한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연구 ▲건축 ▲장학 ▲퇴직 등의 항목에서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죠. 재무회계팀 이광석 팀장은 “적립금은 일반적인 운영이나 정책 사업에 사용할 수 없는 잠재적 재원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적립금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학 재정이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재정 수입은 바로 학생들의 등록금인데요. 실제로 대학교육연구소에서 2015년 12월에 발표한 2014년 대학 운영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전국 평균 약 63.2%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대학의 미래는 그리 밝은 편이 아닙니다. 2014년 1월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2018년을 분기점으로 고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정원 보다 적어지죠. 즉 대학에 들어오려는 학생들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얘기인데요. 등록금은 동결된 상황에서 입학 정원의 수가 줄어든다면 대학의 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순서입니다.

  적립금 사용도, 등록금 인상도 할 수 없고, 입학 정원은 줄어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대학에게 유일한 희망은 바로 재정지원사업입니다. 한 서울 소재 사립대의 관계자는 “재정이 부족하면 학교의 발전을 위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며 “등록금 수입도 한계에 이르렀기에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죠.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게 교육부가 내건 재정지원사업의 가산점 기준은 사업 선정의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문제는 대학이 교육부가 내건 기준을 학교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아도 일단 적용하고 본다는 것입니다. 건국대 안형렬 평가기획팀장은 “가점의 기준이 대학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물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지표가 객관적이지 않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죠.

  실제로 대학의 정원감축은 2014년부터 모든 재정지원사업의 가점 기준으로 적용됐는데요. 일례로 서울시립대는 CK-Ⅱ사업에서 가점을 받기 위해 사업에 선정된 물리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부·과를 대상으로 정원을 감축했죠. 2011년 교육부가 발표한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는 총장직선제 개선 노력을 국립대 재정지원사업의 평가 지표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요. 강원대를 비롯한 많은 국립대는 구성원들의 마찰을 빚으면서도 총장 간선제를 학칙 개정안에 포함시켰죠. 부산대의 경우 총장 간선제로 학칙을 개정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3년 만에 직선제로 수정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을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대학이 현재 처한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에 따른 학내 갈등도 이젠 익숙해진 상황입니다. 재정지원사업이 본래의 취지보단 오히려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덫처럼 느껴지는 게 저만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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