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혐오 불감증의 시대 - 중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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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혐오 불감증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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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7  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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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안타까운 사건에서 촉발된 불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글을 읽고, 주변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를 혐오하거나 옹호하기도 하고 싸움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중 한 입장에 서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중요한 점은, 여자와 남자 모두가 있던 자리였다는 것이죠.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사건의 개요부터 그에 뒤따른 현상까지 모든 과정은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꼴에 머리에 잉크 좀 들은 척하며 담담하게 주장을 뱉어낼 때도 있었고 열에 찬 의견이 극으로 치달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가는 말은 점점 남혐과 여혐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란으로 이어졌고 우리들 사이에 견고한 벽을 쌓아갔습니다. 벽은 거대했고 알코올로 아무리 적셔도 부서질 줄을 몰랐습니다. 여성과 남성을 나누는 거대한 벽 앞에서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것은 부디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단호하고, 확신에 차있던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이란 없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정답은 없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선 공격적인 글이 오가고 있습니다. ‘혐오’는 유행어가 돼버렸습니다. ‘일베’와 ‘메갈’은 서로를 깎아내리고 매도하기 위한 마법의 단어가 됐죠. 그것이 실체가 있는 혐오인지는 모르겠으나 서로를 혐오하는 의견들이 뒤섞여 또 다른 혐오를 낳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장을 되새김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문은 끊이질 않고 서로를 할퀴는 언쟁만이 반복됩니다. 정돈된 생각을 가지려는 것이 오만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거대한 충돌과 그것의 파편에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어디서든 큰 목소리를 내고 확고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무엇이든 확신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젠 무엇이 옳은 입장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부 사실에만 기반을 둔 근거와 완고한 입장의 연결고리는 탄탄합니다. 자칫하면 도저히 옹호할 수 없는 극단적인 입장조차 맞는 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참인 명제라고 해서 꼭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진실을 말하니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말죠. 결국 진실은 사라지고 ‘슬프고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만 남습니다.

  남성적 헤게모니에 억눌려 있던 여자들과 ‘김치녀’ 논란, 남성성을 잃을 위기에 놓인 남자들과 ‘한남충’.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간극은 도무지 좁혀질 줄을 모릅니다. 어떤 입장이든 우리는 누군가에게 누군가를 혐오하는 사람이 돼버립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인류의 반을 한꺼번에 비하하는 표현은 잘못된 것임이 분명합니다. 바야흐로 혐오 불감증의 시대입니다. 이런 희한한 시대에서 더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진형태 학생
국어국문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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