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 발표. 같은 해 10월 ‘PRIME 사업’ 추진 설명회 진행. 중앙대는 빠르게 변화하고자 했다. 학문단위 구조개편으로 중앙대의 성장을 꾀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학문단위의 변화를 보면 중앙대의 방향성이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지난 2010년 6월에 발표된 구조조정 정원조정안을 보면 당시 경영경제대의 정원은 161명이 늘었고 예·체능계열은 18.8%에서 19.5%로 규모가 늘었다. 반면 최근 계획한 PRIME 사업에선 예·체능계열이 너무 크다며 가장 많은 정원을 예술대에서 조정하려 했다. 2010년 구조조정 당시 정원을 대폭 늘린 경영경제대의 경우도 예술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조정할 계획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재정지원사업에 따라 학문단위가 변하기도 한다. 창의ICT공대의 경우는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CK-II)’에 선정되며 공대에서 분리돼 신설됐다. 하지만 이번 PRIME 사업 계획에는 창의ICT공대와 공대가 창의공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였다.

  더 큰 문제는 학문단위의 변화만 있었을 뿐 교육의 질 향상은 미비했다는 것이다. 전공교육 커리큘럼과 강의방식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지 재검토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커리큘럼인증원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전공, 교양, 비교과 등의 교과과정을 인증하고 있으나 현재(지난 4일 기준) 커리큘럼인증센터 홈페이지에 등록된 교육과정 인증은 9개의 전공단위가 가장 낮은 인증 단계인 기초인증만을 부여받은 상태다.

  학문단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과정의 변화는 더디었다. 그것은 지난 2014년 6월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사업)’을 수주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중대신문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ACE 사업 이후 전공교육과정 개선을 체감하는가에 대해 약 86.6%(105명 중 91명)의 학생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번 광역화 제도에선 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드러났다. 광역화라는 큰 틀의 변화만 있었을 뿐 공통전공기초과목, ‘Acade-mic Advisory System’ 등 그를 뒷받침할 교육제도는 없었다.

  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학문단위의 변화가 의미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방향성이 일정하지 않고 큰 틀의 변화만 추구한다면 그 변화는 무의미하다. 같은 학문을 배운다고 다 똑같은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에 따라 결과는 천지 차이다. 또한 중앙대가 중앙대만의 방향성을 갖출 때 타대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대학본부는 ‘New Vision’을 준비하고 있다. 단대에선 광역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사제도를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대의 방향성을 잡고 교육과정을 재정비할 적기인 것이다. 향후 몇 년이 중앙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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