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탐구생활

가까운 듯 먼 나라로의 여행
나를 키우는 경험이 되다
 
무작정 먼 곳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기보단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이 속해있는 아시아는 전 세계 육지의 32%를 차지하고 있어 면적이 가장 넓고 인구도 가장 많은 대륙이다. 그만큼 구석구석 둘러볼 곳이 많다. 이런 아시아의 남쪽엔 오세아니아 대륙이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오세아니아엔 1만개 이상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웃 나라’를 다녀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곳이 끌린 이유
  “도쿄나 오사카 같은 곳은 서울과 다름없잖아요. 한국어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 저는 조금 더 ‘일본’스러운 곳을 가보고 싶었죠.” 중학생 때부터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예린 학생(서강대 일본문화전공)은 돗토리현의 호쿠에이 정, 시가현의 히노초 등에 다녀왔다. 그가 방문했던 돗토리현은 만화 ‘명탐정 코난’의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이다. 평소 ‘명탐정 코난’을 좋아하던 그는 망설임 없이 코난 마을로 향했다. 그곳의 기차역엔 코난 사진으로 가득하고 ‘코난 박물관’도 마련돼 있다. 마을 곳곳의 배수구와 가로등에서 어렵지 않게 코난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종영한 JTBC 예능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29회엔 호주의 브리즈번이라는 도시가 소개됐다. 평화롭고 조용한 브리즈번의 모습은 최재환 학생(영남대 국어교육학과)의 취향을 저격했다. “최대한 한국인이 없는 도시에 가고 싶었어요. 브리즈번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을 거의 보지 못했죠. 브리즈번이란 도시는 정말 매력 있었어요. 자연과 도시가 잘 어우러져 있는 곳이죠.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 가평 같은 곳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자연과 도심이 공존하고 있는 브리즈번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우스 뱅크’라는 인공해변이다. 도심 중심부에 조성된 이 인공해변은 마치 실제 바다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있으며 모래도 브리즈번 바로 밑에 있는 해변으로 유명한 골드코스트의 모래에서 가져왔다. 사우스 뱅크는 도심 속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브리즈번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나에게 주는 의미
  단순한 관광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이진영씨(29)가 택한 곳은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네팔이었다.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았고 따뜻한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씻는 데 정말 불편했어요. 힘든 여행이었지만 그 ‘힘듦’을 느끼기 위해 간 것이어서 버틸 수 있었죠. 나중에 아들이 생기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그는 네팔이 1970년대 한국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수도인 카트만두는 공해가 너무 심해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히말라야가 위치한 ‘포카라’라는 도시에선 마치 시골에 온 것 같은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등반하는 동안 옆에서 착하고 성실하게 동행해 준 포터를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포터는 히말라야에 등반할 때 등반객의 짐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장비 하나 없이 신발만 신고 정말 힘들게 포터를 하던 분이셨죠. 비록 우리에겐 적은 액수이지만 그분은 큰돈을 벌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부끄러워졌어요.” 그는 지난해 네팔 대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자신을 도와준 포터의 안부를 묻기 위해 국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 컸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노답’이었어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 표만 챙겨 갔죠. 한 달 여행이었는데 챙겨간 옷은 3일 치가 전부였고요. 불쌍해 보인다며 한국인 여행객들이 라면을 건네기도 했죠.” 주승리 학생(역사학과 4)이 인도로 떠난 것은 지난 2011년. 당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그는 인도 여행에 관련된 책 한 권으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야 했다. 사실 그는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나와 처음 마주한 인도는 찌는 듯한 더위와 수많은 오토바이, 호객꾼들로 가득해 무섭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행 중 맞닥뜨린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도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겁 없이 떠났던 무모한 여행이었지만 아직까지도 그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게 된 계기나 다름없었다.

  “한국인이 많이 머물고 있던 게스트하우스의 옥상에서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우리처럼 무턱대고 온 사람들, 일을 관두고 훌쩍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이 있었죠. 하늘의 별은 쏟아질 것만 같았고 여행 온 이들 각자의 사연을 듣고 있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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