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학기쯤이었던 것 같다. 수업시간에 발표를 시작한 한 학생에게 수십 명의 학생의 이목이 집중됐다. 바로 학점교류제도를 통해 중앙대로 수업을 수강하러 온 다른 대학의 학생이었다. 그 학생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낯선 곳에서 혼자 수업을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4학년이 된 올해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2012년 그 여학생의 도전이 떠오른 탓인지 타대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졸업 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윽고 나는 한양대 수강신청 사이트에 접속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학점교류제도를 아예 모르거나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오로지 경험을 통해 적응해야 하는 낯선 환경에서의 수업은 마치 험한 오지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2011년 3월 중앙대에 입학한 뒤 첫 수업 때도 그러한 기분을 느껴보진 못했다. 친하진 않았지만 며칠이라도 얼굴을 본 동기들과 함께였기에 홀로 무인도에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진 않았다. 대학생활에 통달했다고 여겨지는 4학년.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진 기분은 초등학교 1학년 첫 수업 이후 처음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도 있었지만 ‘혼자’라는 점은 날 힘들게 했다.

  강의계획서에 없던 발표가 추가되면서 나에겐 또 하나의 시련이 닥쳤다. 무려 ‘조별 발표’였다. 외딴곳에 홀로 온 이방인과 호흡을 맞출 학생은 없었다. 나 역시 그들을 뭐라 할 생각은 없다. 나 역시 중앙대로 찾아온 이방인과 함께 배를 탈 생각을 할 엄두가 안 났을 테니 말이다. 결국 혼자 발표를 준비했고 설상가상으로 첫 순서로 발표를 진행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4년 동안 가장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준비한 발표였다. 평소 ‘애교심’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나에게 낯선 곳에서의 발표는 마치 학교 대표로 다른 학교에서 발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곧 4년 동안 발휘되지 않았던 내 능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이 신기했던 모양인지 주변 사람들은 중앙대와 한양대 차이점을 물어보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환경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나 역시 한양대로 수강신청을 하면서 새로운 수업 방식, 환경, 사람들을 접할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수업은 그동안 배웠던 내용과 다른 새로운 내용이었지만 그 밖의 다른 부분은 비슷하게 느껴졌다. 교내 시설, 강의방법 등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가짐에선 큰 차이가 있었다. 낯선 곳에서의 설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업 전 미리 준비한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만약 당신이 중앙대와의 외적 환경의 차이를 경험하기 위해 학점교류를 생각한다면 말리고 싶다. 대신 새로움, 낯섦, 설렘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낯선’ 곳에서 나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더 나아가 스스로에 대해 모르던 부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종석 학생
역사학과 4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