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 들어가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앞줄에 앉아 강의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인 제자들이 있는 반면 중간 줄에는 그냥 적당히 하겠다는 제자들과 마지막 뒷줄에는 학점만 채우려는 제자들이 있다.

교수로서 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내 수업을 수강하는 제자들과 수업이라는 틀을 통해 삶을 함께 나누기를 원한다. 그래서 애써 제자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따로 만남의 시간을 갖고 제자들의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내게 가장 많이 신경 쓰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제자들은 맨 뒷줄에 앉아있는 제자들이다.

전공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삶 자체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나의 제자들이 열정적으로 전공지식을 쌓고 후에 신나게 전공분야에서 공헌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열정은 자기가 하는 것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다. 열정이 있을 때 하는 일이 의미 있고 삶에 기쁨이 있다. 열정이 있을 때 주위 환경과 어려움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열정이 있다면 성실하게 되고 하는 일에 자부심과 열심을 내게 된다. 당연히 열정의 결과물은 긍정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인정이 뒤따른다. 그래서 전공에 대한 열정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전공에 대한 열정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무슨 분야에서 무슨 직종, 직업을 가지고 무엇을 이루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찾아봐야 한다. 그것은 감정적인 것이 아니고 데이터에 기반을 둔 이성적인 것이어야 한다.

열정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자기에게 다가오기를 원한다. 그래서 대학이라는 환경에서 전공과 연관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어야 하며 또 성실해야 한다. 성실하게 전공 수업에 임하는 것만큼 열정을 찾는 데 좋은 것은 없다. 이를 통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또 전공 분야별 교수님들이나 취업한 선배들을 통해 앞으로의 전망과 직업 환경 등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겠다. 대학 4학년이 되도록 졸업 후 사회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른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열정에 더하여 한 가지 더.
 
우리는 지성인으로서 주위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가져야 한다. 열정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연민은 남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성자가 아닌 이상 나를 위한 열정이 남을 위한 연민보다 우선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위를 돌아보고 나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져야 한다. 열정 없는 삶은 나의 삶을 무미건조하게 한다면 연민 없는 삶은 우리 모두의 삶을 무미건조하게 한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제자들의 열정이 자신만을 향하기보다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연민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차돈 교수
건축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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