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기자는 한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배꼽을 잡으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남성출연자가 토라지고 삐지자 여자아이의 양 갈래머리 CG를 입히더군요. 그 모습에 기자는 기분이 언짢아졌고 더는 프로그램을 보고 싶지 않아 방송을 꺼버렸습니다. 삐지고, 토라지는 것은 어린 여자라는 프레임에 동조하는 방송에 화가 났습니다. 아직도 사회는 여자는 꽃 같다’,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 돼등과 같은 프레이밍을 하며 이에 벗어난 여성은 XX녀라는 이름 붙이기를 하곤 합니다.
 
  기자는 성차별을 야기하는 이러한 프레임과 그에 동조하는 것들 모두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 프레임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기자는 부끄럽지만 자신을 조금은 깨어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지난 1873무비꼴라쥬에 대한 문화 프리뷰기사를 취재하면서 스스로가 아직도 많은 틀에 갇힌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기자님, 너무 기사의 프레임에만 갇혀있지 마세요.” 이 말을 듣고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해졌습니다. 기자는 지난 기사를 통해 언제부터 다양성 영화가 주목을 받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영화 전문가와 인터뷰를 했지만 예상과 달리 사전에 준비하고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아 초조해졌죠. 심지어는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어떻게 기사를 쓰지?’, ‘빨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기획의 틀에서 벗어난 이야기만 오갔고 이번 취재는 별 소득이 없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끝내 인터뷰를 마치며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그 순간 인터뷰이는 제게프레임에만 갇혀있지 말고 다른 시각으로 기사를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그 순간 기자는 취재를 정해진 틀의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온종일 그 충격에 빠져 프레임이라는 단어만을 곱씹었죠.
 
  문화다반사는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기자는 취재를 통해 문화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을 담아야 했죠. 하지만 결국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프레임에 갇혀있지 말라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기자는 문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정한 답을 말해주는 사람을 찾는 데 급급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잘못된 행동이 인터뷰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기자는 프레임을 비판하면서도 스스로 프레임을 만들었고 또 갇혀있었습니다. 깨어있기보다는 그 와는 아주 반대되는 꽉 막힌 사람이었던 것이죠. 이젠 그 틀을 깨고 남은 문화다반사를 통해 주목된 현상에만 그치지 않고 폭넓은 다양한 시선을 지면에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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