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마케팅하라
  • 임지원 기자
  • 승인 2016.05.22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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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그룹 마케팅팀 PM 신택수 동문(식품공학과 09힉번)
대형마트 식품 판매대를 보면 저마다 ‘맛있고 건강하다’며 소비자의 시선을 끌죠. 당신도 한 번쯤 식품코너 앞을 서성거리며 고민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겁니다. 각양각색의 식품이 모인 이곳, 우리가 무심코 집어 들었던 식품 중 상당수가 사조그룹이 제조한 상품이란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사조의 마케팅을 책임지는 신택수 동문(식품공학과 09학번)을 만나봤습니다.
 
식품공학도가 마케터가 되기까지. “꿈이 있다면, 치열하게 도전하세요. 계란은 바위를 깰 수 있어요”
 
‘여기 양고기 집은 그 허브를 써서 비린내를 뺐겠군.’ 소년의 아버지는 언제나 밥상머리에서 음식의 제조과정을 분석했다. 야채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볶아야 영양소를 더 잘 흡수할 수 있는지, 고기를 더 맛있게 굽는 법은 무엇인지….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식품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진 소년은 훗날 식품 마케터가 된다. 자신을 마케팅한 마케터, 현재는 사조그룹 마케팅팀에서 어묵 PM(Product Manager)으로 근무하고 있는 신택수 동문(식품공학과 09학번)의 남다른 마케팅 스토리를 들어봤다.

  소년, 식품 마케터를 꿈꾸다
  그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식품공학과에 입학한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2학년을 마친 겨울, 그는 식품공학은 그의 적성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전 과학 체질은 아니더군요. 2년을 공부해도 공학은 여전히 제 관심사가 아니었죠.”

  때는 이미 대학생활 절반이 지나버린 시점이었다. “앞으로 뭘 해야 하나, 앞날이 캄캄했어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기로 했죠. 생각해보니 뜬금없지만 ‘마케팅’이었어요. 제품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마케팅이란 분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또한 전공 분야인 식품을 마케팅하는 일이라면 경쟁력을 갖출 자신이 있었어요.”

  그러나 막연한 기대로만 시작했기에 마케팅 지식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맨땅에 헤딩을 결심한다. “독학하기로 했죠. 마케팅 강의를 청강하고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에서 찾는 등 닥치는 대로 공부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차츰 배워갔죠.”

  특히 식품 관련 마케팅 공모전을 공략했다. “3학년 때만 무려 7개의 이상의 공모전에 참여했어요. 식품전시회 회장직을 맡으면서도 공모전 참여를 게을리하지 않았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는데도요.”

  지치지 않는 오뚝이
  쉽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는 지원한 모든 공모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과는 처참했어요. 설마 했는데 이번에도 또 떨어진 거예요.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었죠.” 그러나 다음으로 그가 한 일은 좌절이 아닌 재도전이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팀과 의견을 교류하며 끊임없이 다시 도전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마케팅’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공모전을 준비하며 주최 측이 원하는 포인트를 파악하는 연습을 거듭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공부라고 생각했다. “생판 모르고 시작한 마케팅이었지만 계속 경험하니 생길 줄 모르던 요령이 차츰 생기더라고요. 주최 측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파악했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했죠. 마케팅은 상대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을 깨달은 거죠.”

  마케팅의 원리에 눈을 뜬 그는 마침내 농림부가 주최한 ‘대학생 농업·농촌 6차 산업화 사업모델 공모전’에서 입상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6차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UCC를 제작했어요. 우수상이라는 그 세 글자가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죠.” 자신감이 붙자 공모전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이젠 좀 더 치밀하게 미래를 계획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마케터가 되기 위해 이번엔 식품 분야 기업을 ‘타겟팅’하기로 했다.

  그는 고민했다. 식품 분야 기업이 원하는 마케터라면 무엇을 갖춰야 할까. “식품업계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식품위생법을 비롯한 제조 공정 전반을 알아야 해요. 마케터도 예외는 아니죠. 그러나 중앙대엔 식품위생법을 배울 수 있는 강의가 없었어요.”

  개설된 강의가 없다고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그는 직접 식품위생법을 공부하는 동아리를 만들었고 심지어 중앙대 식품안전특성화사업단을 설득하여 지원금도 받았다. “그렇게 ‘FSMA(Food Safety Masters Association)’가 탄생했어요. 저희는 단순히 식품위생법을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로 뛰며 특정 외식업체를 조사하기도 했죠. 동아리원들과 한겨울에 오들오들 떨며 서울 시내의 모든 영업지점을 돌아 설문을 진행했어요. 무려 200개가 넘는 표본을 확보했죠.”

  또한 그는 실제로 인기 있는 외식업체를 타겟으로 삼아 ‘보여주기식’ 설문조사가 아닌 의미 있는 결론을 낼 수 있는 설문지를 구성했다. 성별과 방문 이유 등에 따라 표본을 분류한 뒤 위생에 민감한 정도, 방문 지점의 위생상태, 음식에 대한 위생 만족도 등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접근 방식이야말로 원하는 기업을 공략할 수 있는 정공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면접장에서 직접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해당 기업이 더 위생적인 이미지를 얻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컨셉까지 제시하는 사람이라면, 뽑히지 않을 이유가 있겠어요?”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
  끊임없는 도전 앞에선 단단한 바위도 별수 없었던 걸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지막 학기에 도전한 ‘LG 글로벌 챌린저’에서의 타겟팅이 적중했다. “그동안 수많은 공모전을 준비하고 동아리를 운영하다 보니 국내 식품 분야의 문제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글로벌 챌린저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지원을 결심했죠.” 계란이 드디어 바위를 깨뜨린 순간이었다.

  그가 파악한 문제점은 한국에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식품 연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향후 50년 안에 노인 인구 40% 이상의 사회에 진입할 텐데 이들이 먹을 ‘고령자 식품’에 대한 어떤 법적, 산업적 제반 사항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요.” 고령자 식품에 대한 표시기준도, 식품 종류도 전무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덧붙여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고령자 식품에 대한 한국형 표시기준을 만들 것과 3D 프린터를 이용해 고령자 식품을 출력할 것을 제안했다. “음식은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 외형이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해봤자 죽밖에 더 있나요. 그러나 맛있는 음식 대신 매일 같은 죽을 먹으며 겪는 심리적 우울감은 상당해요. 심지어 국내외 대다수 요양원에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다양한 증상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같은 죽을 먹고 있죠. 씹기도 좋고,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맞춤형 고령자 식품이 절실해요.”

  그의 날카로운 지적은 LG 글로벌 챌린저의 의의와 요지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법적 대안과 LG의 역할을 제시하기까지 한 그에게 특별상을 주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많은 걸 깨닫게 해 준 경험이었죠. 더불어 3D 프린터를 이용한 고령화 식품 분야만큼은 한국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하게 연구했어요. 마케터를 지망하는 학생으로서 거둘 수 있는 가장 값진 결실이었죠.”

  모든 것의 기본, 마케팅
  그의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많은 회사가 그를 원했지만 샘표, 하림 등 다수 기업을 뒤로하고 사조그룹에 입사한 신택수 동문. 신입사원이 된 그는 각자의 진로를 향해 나아갈 후배들에게 마케팅의 기본 원리를 간과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어느 분야든지 마케팅의 기본 원리를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어요. 마케팅의 기본 원리는 자신의 강점과 상대를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죠. 잇따른 공모전과 글로벌 챌린저를 진행하며 깨달은 건 이 기본 원리를 자기 자신에 적용해 본인을 보다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라는 거예요.” 대상의 ‘니즈’를 꿰뚫어야 한다는 기본 원리야말로 모든 면접을 관통하는 만능열쇠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눈앞에 닥친 학점에만 목을 매지 말고 멀리 내다볼 것을 당부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전공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대학의 울타리 밖엔 당신이 할 수 있는,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이 기다리고 있는지 몰라요. 꿈이 있다면, 치열하게 도전하세요. 결국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법을 깨우치게 될 거에요.”
 
 
[Q&A]
Q. 사조는 어떤 기업인가요?

A. 사조그룹은 사조대림, 사조해표, 사조오양, 사조산업 등 많은 계열사로 구성돼 있어요. 그중 대표적인 식품업계 회사는 사조대림 사조해표, 사조오양이죠. 사조대림은 냉장/냉동식품을, 사조해표는 상온 식품을, 사조오양은 어육 등을 담당해요. 특히 사조대림과 사조해표는 총 1조 5천억의 매출을 낼 만큼 식품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Q. PM(Product Manager)은 어떤 일을 하나요?
A. PM은 제품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총괄하는 사람을 뜻해요. 자신이 맡은 제품의 생산과 출시, 홍보 등 모든 과정에 관여하죠. 신제품 기획도 담당해요. 신제품을 만들기 전에 시장을 조사하고 소비자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는 것부터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고 홍보하는 것까지  마케팅 전반을 꿰뚫고 있어야 하죠.

Q. 공모전 팀 구성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팀원 간 각자 특화된 분야를 맡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식품 마케팅을 준비한다면 식품 분야를 전공하는 친구, 마케팅을 잘 아는 친구, 필력이 좋은 친구, 디자인을 책임져 줄 친구 등으로 팀을 구성하는 거죠. 각자 맡은 분야를 깊이 있게 수행하면서 좀 더 심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요.
 
Q.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요.
A. 아이디어는 기존 생각을 살짝 틀어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농림부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모두들 제대로 된 인프라를 마련하지도 않고 귀농·귀촌을 권장하기만 하는데 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해봤어요. 당연히 여겼던 현상의 이면에서 발견한 한계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생각한 거였죠. 평소 사회현상과 주변을 면밀히 관찰한다면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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