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자는 당찬 의지를 뽐내며 중대신문의 문을 두드렸죠. 읽기만 하던 신문을 이제 쓰게 되다니. 설렘을 가진 채 꽤 긴 기간 동안 수습교육을 받고 여론부의 정기자가 됐습니다. 게릴라 인터뷰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라디오 형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어느 날, 중앙마루에서’라는 코너를 맡게 됐죠.
 
  “중대신문 기자입니다. 인터뷰 한번 해주실 수 있으신지….” 캠퍼스를 누비며 매주 다른 주제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면서도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건 흥미로웠죠. ‘어떻게 써야 독자들로부터 진정한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어떤 선곡을 해야 이 사연과 좀 더 어울릴까?’ 등의 고민이 계속됐죠. 그토록 바라던 ‘소통하는 기자’가 됐다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녔습니다.
 
  하지만 입사 지원 당시의 당찬 의지는 생각만큼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늘 설레기만 했던 학생들과의 게릴라 인터뷰는 매주 해결해야 할 과제처럼 느껴졌죠. 인터뷰하며 듣는 이야기는 너무 뻔한 사연이었습니다. 좀 더 자극적인 사연을 듣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이에게 ‘좀 더 특별한 경험은 없을까요?’라고 재촉도 했습니다. 빨리 기사를 쓰고 마무리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분씩 하던 인터뷰 시간도 점차 줄어들곤 했죠. 지면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거죠. 그렇게 영혼 없는 채로 ‘어느 날, 중앙마루에서’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덜컥 대학보도부 기자가 됐습니다.
 
  대학보도부 기자가 되고 학내 청소노동자와 관련된 기획을 맡게 됐습니다. 아침 8시부터 반나절 동안 청소하는 어머님을 따라다니며 취재를 했습니다. 근무환경이 좋지 않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악했던 노동환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죠. 학생들은 과연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분들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해야 할지 심각하고 괴로운 고민에 빠지게 됐죠.
 
  그리고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불현듯이 대학신문의 기자로 영혼 없이 인터뷰이를 대하던 저의 모습이 너무나도 창피했습니다. 매주 ‘어떤 사연으로 기사를 써낼까?’, ‘이번주 조판은 언제 끝날까?’와 같은 생각을 가진 채 보내던 순간이 떠오른 거죠. 2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게릴라 인터뷰를 끝내고, 적당한 고민 끝에 기사를 쓰고, ‘소통하는 기자’가 됐다고 뿌듯해하던 지난 순간에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소통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은 결코 아깝거나 낭비라고 느낄만한 것이 아니죠. 제가 써내려간 기사에 소통은 부족했습니다. 오히려 소통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캠퍼스 곳곳에서 맘 졸이며 만나고, 또 듣고, 공감했던 그 수많았던 순간들에 있었던 거죠. 기자는 오늘 다시 “진정으로 소통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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