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교수님께 카네이션과 작은 선물들을 전달하기도 했죠. 이번에는 교수님께서 지면을 빌려 제자들에게 선물을 보내오셨습니다. 바로 스승의 서재를 공개한 것인데요. 공학, 예술, 인문, 사회 계열별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책과 서재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흔히 말하는
  ‘공돌이’가 되지 않으려면
  독서를 해야 합니다

  벽면을 빼곡히 메운 책들과 책상 위에 놓인 각종 기계 부품들이 묘하게 어우러진 이곳은 오세훈 교수(기계공학부)의 연구실이자 서재이다. 그는 뉴턴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유체유동 방정식 등 공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땐 날카로운 엔지니어의 면모를 풍겼다. 하지만 제자들에게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책장으로 향한 그는 이내 푸근한 미소로 책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책,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기계공학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려운 분야라는 건 동의해요. 하지만 기계공학은 생각보다 재밌는 학문입니다. 오래된 법칙을 배우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좇고 있거든요. 약 500년 전에 발견한 뉴턴의 법칙은 현재까지도 유효하죠. 그리고 그 법칙을 응용한 기술, 기계 등을 만들고 있어요. 하룻밤 사이에도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니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제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최근엔 기계공학 분야에도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생각하며 특허를 내고 상품화하기 위해서죠. 창의성은 엔지니어링의 근본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하지만 중·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도 그에 대한 교육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제자들이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물론 책을 통해 접해볼 수 있죠. 『디자인과 키치』라는 책을 추천해요. 디자인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어 부담 없이 읽어볼 수 있어요. 산업, 패션 디자인 등의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다양한 예시와 사진이 어우러져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죠. 발상의 전환에 도움이 될 거예요.” 
 
  -그 외에 제자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공대생들이 인문학 도서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전공분야가 아닌 인문계열의 책을 다양하게 접해봤으면 해요. 특히 대인관계와 심리학에 관련한 책들이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제자들이 흔히 말하는 ‘공돌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죠. 연애할 때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만나서 미적분 이야기만 하면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어요?(웃음)”

  -반대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기계공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한 책이 있을까요.
  “『손에 잡히는 아두이노』라는 책이 좋을 것 같네요. ‘아두이노’라고 들어보셨나요? 최근 우리의 실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도구예요. 아두이노를 통해 이젠 누구나 손쉽게 디지털 장치를 제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책만 읽으면 배경지식이 없는 문과 학생들도 간단히 회로를 구성할 수 있을 겁니다.”

  -20대인 제자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자신의 삶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롤 모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리타분할지 몰라도 위인전을 읽었으면 해요. 다양한 위인전을 읽으며 자신만의 롤 모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수님께서도 위인전을 읽으며 롤 모델을 찾으셨나요.
  “그럼요. 중학교 때 위인전집을 한 300권 정도 읽은 적이 있어요. 뉴턴과 아인슈타인 전기를 읽으며 엔지니어로 성공한 제 미래를 상상하곤 했죠. 그렇게 대학 진학 시에도 기계공학을 택했고요. 물론 그들처럼 ‘오세훈 법칙’을 남기진 못했지만요.(웃음)”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서재는 어떤 의미가 있는 공간인가요.
  “서재는 보물이 담겨있는 공간입니다. 어떤 지식을 습득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서재에는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익혀온 노하우가 다 담겨 있잖아요. 책을 읽으면 그 안에 녹아 있는 노하우를 불과 2~3일 만에 습득할 수 있어요. 아주 소중하고도 효율적인 공간인 셈이죠.”
 
  오세훈 교수의 서재 들여다보기
 
 
 
 
 
 
 
 
 
 
 
 
 
 
 
오창섭, 『디자인과 키치』, 토마토
  “간단하면서도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생각이나 관점을 달리해 디자인을 바라볼 수 있죠. 문화, 패션 등 재밌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이어령, 『생각』, 생각의나무
  “저 또한 추천받아 읽게 된 책인데요.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사고의 전환을 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창의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마시모 밴지, 『손에 잡히는 아두이노』, 인사이트
  “아두이노를 활용해 간단한 회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어요. 비전공자인 학생들도 누구나 쉽게 디지털 장치를 제어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사이토 다카기, 『잡담이 능력이다』, 위즈덤하우스
  “취직하고 난 후에 직장 상사와 잘 지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잡담’인 만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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