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빛 사회를 이뤄낸 부모모임
각국의 LGBT 인식 변화 이끌어
 
지난 10일 302관(대학원) 5층 국제회의실에서 ▲성소수자 부모모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회학과 BK플러스 사업팀등이 주최 및 주관한 아시아 LGBT 부모모임 초청 포럼 ‘그래, 우리 같이’가 진행됐다. 포럼에는 LGBT 자녀를 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4개국의 부모모임 소속 활동가 6명이 참석해 LGBT 권리 신장 활동에 대해 교류했다.
 
  포럼의 축사를 맡은 이나영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에서 보이는 LGBT에 대한 인식의 한계와 포럼의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포럼에 참석한 4개국 중에서도 한국의 부모모임은 그 역사가 짧다”며 “이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의 정도와 반비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나영 교수는 “가부장제와 극우 기독교 세력에 의해 퍼진 LGBT에 대한 혐오는 한국 사회의 위치성을 드러낸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상호 성장뿐 만이 아니라 새로운 연대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기원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깊었던 편견
  포럼의 첫 시작은 세계적인 LGBTQ 지지자 연대 ‘PFLAG’ 뉴욕지부의 이사인 클라라 윤이 열었다. 그는 20살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 아들을 둔 부모로 5년 전 그의 아들이 ‘커밍아웃’했을 때의 심정을 전했다. 클라라 윤은 “당시 회사의 상사가 동성애자였고 동성애자 친구들도 많이 알고 있어 내가 꽤 개방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아들의 커밍아웃에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클라라 윤은 아들의 성 정체성과 관련해 도움을 받으려 PFLAG 뉴욕지부를 찾아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상처받는 성소수자
  클라라 윤은 미국의 성소수자들이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해 불행해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이런 현상이 아시아계 성소수자 가족에서 두드러진다며 그 원인은 아시아계 가족들이 성소수자를 ‘창피한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클라라 윤은 “아시아계 가족은 성소수자 자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체면이 상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이는 성소수자가 개인의 선택으로 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FLAG 중국지부의 파파 로즈도 말을 보탰다. 그에겐 32세 게이 아들이 있다. 파파 로즈는 중국의 가족관계는 긴밀해 커밍아웃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 LGBT 부모를 위한 모임을 창립할 당시엔 커밍아웃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커밍아웃한 사람을 대하는 중국인들의 태도는 마치 8도의 지진을 대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보이는 것의 힘
  이 날 포럼에 참가한 6명의 활동가는 LGBT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LGBT 본인이 자신의 존재를 사회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라라 윤은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성소수자는 전체 인구의 적게는 4%, 많게는 10%로 추산되고 성소수자인 가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33%에 육박하고 있다”며 “LGBT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파파 로즈 또한 “공중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LGBT 운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며 “사회에서 가시성을 확보해야 변화의 움직임 또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하는 세계
  활동가들은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서 LGBT 지지자 모임의 운동으로 LGBT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PFLAG 중국 지부의 활동가인 탕 마마는 중국 사회 내 LGBT에 대한 인식의 변화 양상을 설명했다. 탕 마마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광저우 lGBT 컨퍼런스에는 단 6개 팀의 부모 만이 지원했지만 2013년 푸저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는 약 300명의 참가자가 있었고 2014년 광저우의 컨퍼런스는 500명에 달하는 참가자를 받는 등 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는 “참가자 수는 매년 2배씩 늘어나는 추세다”며 “이는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LGBT 지지자 모임의 노력 덕분이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LGBT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미츠코 나카지마는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LGBT 운동을 소개했다. 그는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본 트랜스젠더 학생의 약 30%가 등교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이성애 및 이성 결혼만을 전제로 하는 일본의 교육 제도를 지적했다. 기존 일본의 교육이 동성애를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미츠코 나카지마는 기존의 LGBT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정부에 LGBT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일본 문부과학성으로부터 교과서에 ‘LGBT’라는 단어를 넣겠다는 약속을 받기도 했다. 미츠코 나카지마는 “실제로 후쿠오카에서는 ‘다양한 성’이라는 교재를 교과 과정에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바른 접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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