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의 예언은 늘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는 지나온 과거에 한해서다. ‘과거에 대한 예언’이라는 모순으로만 가능하다. “역마살이 끼어서…”라는 말로 시작되는 첫마디 인사는 종종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어”로 마무리되곤 한다. 사실은 예언 아닌 위로다. 미래에 대한 예언도 부적을 담보한 예언에 한해서 적중한다. 물에 빠져 죽을 운명이라는 사람이 부적으로 살아났다면 그 예언은 애초에 틀렸다.

  지난달 말로 계획됐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 선정 결과 발표가 이번달 초로 연기됐다. 선정 결과가 발표되면 각 대학과 언론들은 이를 두고 갖은 근거를 들며 과거에 대해 예언을 쏟아낼 것이다. 이 예언은 위로이거나 결과론적인 해설에 불과하다.

  선정 결과가 발표되기 전 예언보다는 짧은 회고가 필요할 듯싶다. 3개월 남짓한 시간을 부여한 책임은 교육부가 져야 한다. 정원 조정을 통해 새로운 학문단위를 만들어내는 데 고작 3개월 남짓한 시간이 주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스꽝스러운 신설 학문단위로 조롱거리가 된 대학도 있었다.

  교육부가 3개월이라는 시간에 3점이라는 점수를 부여한 ‘구성원 간 합의 여부’라는 평가 요소도 문제였다. 짧은 시간 안에 구성원 간 합의 여부를 반영하겠다는 것이 오히려 학내 구성원 간 소통을 어렵게 했다. 일부 대학은 정원 조정에 따른 학내 분규를 우려했는지 소통에 필요한 정보를 비밀에 부쳤다. 상호 간 동일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란 어려웠다.

  미래에 대한 예언은 반드시 부적을 필요로 한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는 부적처럼 쓰인다. 오는 2024년까지 공학·의학분야는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인문·사회분야는 초과 공급이 예상된다는 전망 말이다. 반면 다른 연구소의 통계는 또 전혀 반대의 예측을 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향후 10년간 공학·의학분야의 인력이 모자라고 다른 학문분야의 인력은 넘친다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공학 분야 취업률 역시 최근 4년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또한 발표한 자료에는 학문단위별 인력 배출의 국제 비교도 빠져있다. 한국과 비교할 만한 국가들의 해당 지표와 비교한 자료가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다른 주요 국가보다 학부 졸업자의 공학 전공 비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예측에 의존한 정책입안자의 설계는 더 큰 피해를 낳는다. 세상은 이렇게 변할 것이라는 설익은 몇몇 예측에 의존해 무려 70여개 대학이 지원금을 타기 위한 정원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공대가 없던 여대는 공대 신설을 추진하다 구성원의 반발에 부딪혔다. 인문사회계열과 예체능계열에겐 PRIME 사업은 무덤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나온 과거를 예언할 필요는 없다. 미래에 대한 설익은 예측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오히려 지금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분석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점쟁이의 예언은 늘 그렇게 틀려왔으니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