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흑석을 지나쳐 봐요
  • 승혜경 기자
  • 승인 2016.05.0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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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탐구생활: 9호선편
 
 

‘이번 역은 흑석역(중앙대입구)입니다’ 중앙대는 9호선이 지나는 유일한 대학교이기 때문에 중앙대 학생들의 ‘전용 통학열차’와도 같다. 그러나 학교에서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9호선을 타고 여행할 수 있는 명소가 많다. 특히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꽃 도매 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에선 볼거리와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푸근한 상인들의 인심과 정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9호선 열차를 타고 특유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시장을 함께 가보자.
 
  365일, 이곳은 봄
  처음 둘러볼 장소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꽃 도매 시장이다. 흑석역에서 네 정거장 지나면 되기 때문에 10분 이내에 고속버스터미널역에 도착할 수 있다. 터미널의 내부를 살펴보면 1층은 버스 매표소, 2층은 혼수와 커튼을 살 수 있는 곳으로 구성돼 있다. 목적지인 꽃 도매 시장은 3층이다. 꽃 도매 시장은 자정이 되면 문을 열지만 폐장시간은 생화와 조화에 따라 다르다. 오후 1시가 되면 생화 판매가 끝난다. 조화 판매는 오후 6시까지 하니 학생들은 꼭 주말이 아니더라도 오전 수업을 마치고 가도 좋다. 시장에 들어서자 향기로운 꽃내음이 온몸을 감싸 꽃놀이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후 1시가 넘어 조화들만 판매하지만 오전에 있던 생화의 향기가 늦은 시간까지도 남아있다.

  위를 올려다보면 상점마다 각기 개성 있는 간판이 걸려있다. 꽃 도매 시장에는 300여 개의 상가가 자리 잡고 있으며 1000여 종의 생화와 조화를 판매한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크게 자리 잡은 한 상점에 들렀다. ‘이 꽃들이 정말 조화가 맞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생화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냄새를 맡아봐야만 생화와 조화를 구분할 수 있었다. “이 많은 꽃은 어디서 가져오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현미 사장님(51)은 흔쾌히 답을 줬다. “꽃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죠. 그리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꽃과 색을 골라 좋은 품질의 꽃을 판매하고 있어요.” 또 계절에 따라서 선호하는 꽃들도 차이가 있는데 요즘에는 수국 또는 조팝나무가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꽃을 도매가로 판매하다 보니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물론 꽃의 종류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싸게는 1500원부터 비싸게는 1만8000원대로 비교적 ‘착한’ 가격이다.

  꽃 도매 시장에는 조화 외에도 플라워아트에 사용하는 다양한 꽃병들과 장식용품들도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활짝 핀 꽃과 다르게 잘 말려진 드라이플라워를 파는 상점이 눈에 띈다. 특별히 드라이플라워를 판매하는 이유가 있냐고 묻자 점원은 드라이플라워의 장점을 지속성으로 꼽았다. “오래가잖아요. 특히 프리저브드 처리를 한 꽃은 2년도 넘게 가거든요. 색도 아주 예쁘죠.” 생화에 약품처리 해 물을 주지 않고도 장기간 보존 가능한 프리저브드플라워는 다른 꽃들과 달리 선물 받았을 때의 기쁨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다.
 
‘통학 열차’ 타고 떠나는 여행
사람 냄새나는 시장 탐방
 
 
  여기 와서 한 점 해요
  꽃 도매 시장에서 구매한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봄꽃 구경을 했으니 바다로 가보자는 마음에 노량진의 명물인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가기로 한다. 고속터미널역에서 노량진역은 9호선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두 정거장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노량진역 7번 출구로 나가 조금 걷자 노량진 수산시장이라는 큰 간판이 보인다. 시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엔 봄나물과 채소들을 펼쳐놓고 판매한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새로 지어진 수산시장과 이전부터 존재했던 구 시장이 있다.

  1927년 서울역 근처에 세워진 ‘경성수산’이 1971년 이후 노량진으로 이전해 자리 잡음으로써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금까지 약 90년의 역사를 함께 보내온 상인들의 삶과 추억이 구 시장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24시간 동안 불이 꺼지지 않는다. 새벽부터 경매를 시작하여 오전이 되면 도매와 소매시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선 바닷냄새를 직접 맡으며 구매할 수 있는데 활어회와 해산물을 사는 곳이 분리돼 있어 편리하다. 시장 거리를 걸어가니 여기저기서 호객행위를 한다. “학생 싸게 해줄게. 먹고 가요.”, “회 진짜 싱싱해요. 이리와 봐요.” 수많은 호객 행위에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학생 싸게 해줄게. 회 먹고 가요. 정말 맛있어.”라고 말하는 한 상인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이왕 수산시장에 온 김에 회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가장 맛있는 생선이 뭔가요?” 라고 묻자 김기수 사장님(58)은 봄 숭어랑 봄 도다리가 제일 맛있다고 추천했다. “특히 저기 큰 숭어는 거제 숭어야 다른 숭어보다 비싸긴 해도 살이 탄탄하고 맛있지.” 노량진 수산시장에선 회를 구매하면 바로 손질해줘 포장해가기도 하지만 신선한 상태인 회를 그 자리에서 맛볼 수도 있다. 비록 자릿값으로 인당 3000원을 내야 하지만 3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활어회와 생선뼈까지 챙겨준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나서며 다시 9호선 지하철을 타러 발걸음을 돌린다. 새로운 경험은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일까. 다시 학교로 가기 위해 흑석역으로 가는 발걸음이 평소와는 다르게 새롭다. 지리산 벚꽃과 남해의 숭어는 아니지만 9호선을 따라 떠난 봄꽃 여행과 바다여행은 충분히 낭만적이다. 내일은 흑석역에서 내리지 말고 9호선 열차를 따라 잠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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