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열린 토론회에서 김창일 교무처장이 학생들의 불만에 대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본전공 배정에 대한 불안감 높아
학생자치에서도 문제 발생해

정보공개 부족했다는 불만도 있어
대학본부의 ‘대책 공개’는 아직…
 
2016학년도부터 도입된 광역화 모집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0일에서 26일까지 ‘서울캠 총학생회(총학)’가 진행한 ‘광역화 입학 학생 실태조사’에서 광역화 모집 학생 대부분이 재입학 혹은 자퇴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해당 설문에 응답한 472명(유효표본 430명) 중 64%(275명)의 학생이 ‘광역화 모집으로 입학 후 타대학으로 재입학 준비, 혹은 자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지난달 29일엔 총학의 주최로 ‘정시 광역모집단위 입학학생 1차 대토론회’가 개최됐다. ‘가전공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사과대에서도 지난달 28일 별도의 토론회를 진행해 광역화 모집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틀에 걸친 이번 토론회에는 김창일 교무처장(전자전기공학부 교수)이 참석해 대학본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도 했다.
 
  전공 선택, 성적에 대한 불안감 심해= 광역화 모집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가전공과 본전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하는 본전공에 배정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총학이 실시한 ‘광역화 입학 학생 실태조사’ 중 ‘2학년 때 전공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에 430명 중 378명이(약 88%)가 ‘그렇다’고 답했다.
 
  광역화 모집 학생들은 이 문제에 대해 가전공과 본전공이 달라질 경우 전공마다 특성이 상이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성준 학생(가명·공대)은 “전공별로 학습하는 과목도 진로의 영역도 모두 다른 상황에서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진로 계획에 큰 혼란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다훈 학생(역사학과 1)도 “역사학과 이외에 다른 학문에 큰 관심이 없다”며 “어문계열 등 전혀 관심과 흥미가 없는 전공에 배정될 경우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학생들은 본전공을 선발하는 기준이 학점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전공마다 특성과 과목이 다르므로 학점만을 선발기준으로 삼기에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정인 학생(가명·사과대)은 “1학년의 학점이 평생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본부 측은 성적 외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창일 교무처장은 “성적 외에 지표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전공 선정에 주관적인 요소가 도입된다면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가전공 쏠림현상으로 인한 문제 있어= 사과대 등에서는 가전공 쏠림현상으로 인한 문제가 지적됐다. 사과대는 학생들을 원하는 전공에 제한 없이 배정했으며 그 결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등의 일부 전공에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 해당 전공의 학생들은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김소연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은 “강의 당 수강인원이 많아 학습 환경이 좋지 않다”며 “조별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 한 조에 8~10명의 인원이 배정돼 원활한 조별활동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두 차례에 걸친 토론회에서 가전공 쏠림현상이 심한 전공에 대해서 본전공 배정 인원을 늘려 줄 것을 요구 했다. 이에 대해 김창일 교무처장은 “이미 결정된 모집요강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열린 5차 대표자 회의에서는 정원이 100명 미만인 전공의 경우 110%, 100명 이상인 전공의 경우 105%로 전공 진입 상한이 결정된 바 있다.
 
  광역화 모집 학생, 자치활동에 제약 있다 느껴= 광역화 모집 학생들은 학사제도 상의 문제뿐 아니라 학생자치활동에서도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광역화 입학 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157명)가 학과 내 학생자치 활동에 제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그 중 63%(99명)는 ‘2학년 때 본전공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를 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김유미 학생(가명·사과대)은 “2학년 때도 지금의 학과에 남아 있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학과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주변 광역화 모집 학생들 중 학회·소모임에도 참여하지 않고 학생회비도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광역화로 모집된 정시 전형 신입생과 수시 전형 신입생 사이에 거리감이 조성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소정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은 “동기들을 처음 만나면 먼저 수시 전형인지 정시 전형인지부터 묻게 된다”며 “정시 전형 신입생과 수시 전형 신입생 사이에 묘한 거리감이 생기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각 전공단위의 학생회는 광역화 모집으로 인해 대두된 쟁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전공단위에서는 ▲광역화 모집 학생들에 대한 의결권 여부 ▲본전공 진입 이후 학회·소모임의 인원변동 ▲학생회비 처리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인문대 우탁우 학생회장(국어국문학과 4)은 “현재 광역화 모집으로 인해 여러 안건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의결권의 경우 인문대에선 학생대표자회의를 통해 광역화 학생들에게도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정보공개 충분치 않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학 당시 광역화 모집에 대한 대학본부의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현수 학생(가명·경경대)은 “‘2016학년도 모집요강’엔 광역화 모집에 대해 간략한 설명만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광역화 모집의 운영 방향과 가전공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나상민 학생(가명·사과대)은 “희망 전공을 제출할 당시에는 단순히 관심있는 전공을 지망하는 줄 알았다”며 “가전공 배정 결과에 대해서도 입학식 당일에서야 발표됐으며 그마저도 배정 방식에 대해서는 공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희망 전공을 선택할 당시 단대 내 전공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진수 학생(가명·사과대)은 “각 전공이 어떤 학문을 배우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조차 없어 희망 전공을 선택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학생들은 두 차례의 걸친 토론회에서 가전공 배정과 관리 등에 책임이 있는 학장이 다음 토론회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상익 총학생회장(공공인재학부 4)은 “2차 토론회에서는 강태중 교학부총장(교육학과 교수)과 김창일 교무처장이 참석할 예정이다”며 “단대별 학장들에게도 참석을 요청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토론회에서 학생들은 광역화 모집에 대한 여러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재원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 1)은 “중앙대 광역화 모집의 근본적 문제는 정시와 수시의 모집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광역화를 폐지할 것이 아니면 성균관대처럼 모든 학생이 광역화로 모집돼 1학년 때는 교양과목만 수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학생은 “내년 신입생들은 지금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2017학년도부터는 광역화를 폐지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본부는 광역화 모집의 불만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결정된 사항이 없어 공개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창일 교무처장은 “현재 복수전공과 전과제도를 활용해 전공 선택권에 대한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며 “단대별로 의견수렴을 진행한 뒤 늦어도 5월내로 방안을 마련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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