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한 주 동안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찾아오라는 과제를 준다면 어디 가서 찾아오겠냐고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뭐 그런 쉬운 질문을 하느냐고 하겠지만 막상 나가보면 딱히 어디를 가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졸업 후 얻게 될 직장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재학 중에 남학생들이 가게 될 군대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정당에 가보면 만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가족에게 돌아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만만치 않습니다. 바깥에 나가서 찾기 어려우니 학교로 돌아오는 것이 좋겠네요. 선배를 만나면 찾을 수 있을까요, 교수들을 만나면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대학본부를 방문하면 찾을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경험은 다르겠지만 돌아와 보아도 고개가 갸웃할 수 있겠네요. 아! 곧 참여하게 될 선거에서 만나면 되겠군요. 그렇지만 일주일에 버스가 한 번 들어오는 산골 마을에 살면서 문명의 이기에 대한 혜택을 받으며 산다고 기뻐하기에는 적적한 마음이 가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찾아 나서려면 민주가 뭔지부터 알아야 할 텐데 잘 알고 있듯이 “민주주의는 다수결”이기만 할까요? 열세 명의 학생이 학교를 같이 다니다가 열두 명이 한 명 더러 학교를 나가라고 다수결로 의결하면 민주일까요? 다수결만 있는 사회라면 사람들은 소수에 속해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자존심도 버리고 다수 쪽에 속하기 위해서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할는지도 모릅니다. 민주는 차라리 ‘움츠러들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는 찾으러 나가 만나긴 힘들지만 느닷없이 우리 곁에 스스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1년 전인 2015년 3월 16일 학부 학사구조 개편안에 대한 사회대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사회대 학생회와 교수들이 주최한 이 행사에 학교 본부의 부총장 이하 보직교수도 열분 가까이 본부 계획을 설명하겠다면서 참석했습니다. 강당에 있던 2백여 명의 학생들은 초대받지 않고 참석한 보직교수 분들을 참석시켜야 할지를 놓고 한 시간가량 격론을 벌인 후 투표를 하였는데 압도적인 의견으로 대학본부 측에게 퇴장을 요구했습니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뻘쭘하게 앉아있어야 했던 보직교수 분들도 당혹스러웠겠지만 그 결정을 내리고 퇴장당하는 ‘높은 분들’을 지켜보던 학생들도 얼떨떨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학생과 교수들은 지금 그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고 있을까요?

현대사회는 모든 사람을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부품으로 만들어갑니다. ‘움츠러들지 않고 말하는 것’은 대체될 수 없는 사람으로 서는 첫 발걸음일 것입니다. 중국에서 1960년대 특권적 관료들에 맞서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던 ‘조반파’라는 조직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고민을 소설로 담은좬민주수업좭이라는 책이 지난해 번역되었습니다. 한 번도 말할 권리를 포기한 적이 없던 주인공은 이렇게 외칩니다. ‘민주는 강산을 호령하며 용감히 분노하고 욕할 수 있는 자기 믿음이자, 평등하게 참여해 말하는 게 효과를 갖는 작은 일상적 분위기이자, 자기 집처럼 주인이 되는 책임감이죠.’
백승욱 교수
사회학과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