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매섭고 추웠던 겨울이 훌쩍 지나가고 벚꽃이 만개한 새봄을 맞이하고 있다. 캠퍼스가 통합되며 그 어느 때보다 부쩍 붐비는 캠퍼스에서 수업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이동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 다들 무엇에 쫓기는지 상큼한 봄의 여유는 좀처럼 느낄 수 없다. 어느새 빌딩 숲으로 변모한 캠퍼스에서 잔디에 삼삼오오 앉아 사회현실을 고민하고 학문을 토론할 공간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숨을 돌려 살펴보면 너무나도 따뜻한 봄기운이 학교 주위를 가득 맴돌고 있다. 봄의 향기를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번잡한 여의도 윤중로가 아니라 바로 집 앞에 있다는 것을 아는 중앙인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중앙대 후문에서 서달산 산등성이를 타고 생태 다리를 건너 산책로를 따라가면 국립 서울현충원 쪽문이 나온다. 이곳을 통해 현충원 자락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약 4.8km에 이르는 흑석동 둘레길 코스이다.

국립 서울현충원은 나라를 위해 산화한 독립유공자, 전사자들을 기념하는 성스러운 묘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봄의 새로운 생명을 가득 머금은 분홍색 수양벚꽃이 가득한 이국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4월 9일부터 15일 저녁 9시까지 ‘열린 현충원 행사’가 엄숙하고도 경쾌한 분위기에서 밤낮으로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가 선정한 아름다운 산책길에도 선정된 일명 ‘흑석 올레길’은 봄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계절의 아름다움을 쉬지 않고 제공해준다. 그러나 몇몇 걷기 좋아하는 중앙인을 제외하고 이 명품 산책길은 캠퍼스 구성원들에게 다소 생소해 보인다.

앞으로 서울캠퍼스의 협소함을 불평하기보다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한강과 현충원을 ‘우리 것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마인드가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있는 도심 캠퍼스 뉴욕대학교(NYU)는 당당하게 양키스타디움, 센트럴파크, 라디오시티뮤직홀, 매디슨스퀘어 가든과 같은 뉴욕의 명소에서 졸업식을 거행하고 센트럴파크 시설을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NYU의 지역사회와 연계한 공간 활용 방안과 공유의 지혜를 우리도 벤치마킹해야 할 때이다.

학교 당국은 학교로부터 시작하는 흑석 올레길 이정표와 연결 통로를 만들고 학생들은 가깝고도 먼 현충원과 한강을 캠퍼스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Immauel Kant)는 ‘지성은 아무것도 직관하지 못한다. 감각은 아무것도 사유하지 못한다. 오직 이 둘의 결합을 통해서만 지식이 태어난다’고 말했다. 우리의 모든 지식은 감각을 통해서 시작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봄날 붐비고 답답한 강의실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잠시 시간이 날 때면 ‘흑석 올레길’을 걸으며 봄의 향기를 느끼고 깊은 지식을 쌓아 나가야 할 때이다.
이민규 교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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