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총여) 존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성의 인권이 대학 내에서, 또 사회 전반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랐다’는 말은 사실일까. 반면에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기구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다시 한번 들어볼 만한 이야기인가. ‘학생 자치와 여성들’ 2주차 기획에서는 총여의 빈자리가 메꿔지고 있는지를 분석해봤다. 또한 오늘날 총여에 대한 문제를 여러 대학의 총여학생회장과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편집자주]
 
“총여에 대한 부정적 여론,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총여의 역할 정립 위한 토론 필요해
 
뫼비우스의 띠. 이분법적으로 양분된 세계라면 이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겉과 안이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만나는 지점이 있을지 모른다. 총여학생회(총여)가 처한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최근 복지 사업 위주의 공약 변화로 대변되는 총여의 위기가 하나의 측면이라면 또 다른 측면은 총여 폐지론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은 중첩된다. 총여의 위기는 총여 폐지론을 낳고 총여 폐지론은 다시 총여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총여학생회장들을 만나 오늘날 학생 자치에서 총여가 처한 그 이중적인 모순 구조에 대해 들어봤다.

  총여만의 색깔이 사라진 이유
  최근 여러 대학 총여의 공약은 여성주의 중심 운동에서 ▲문화 ▲복지 ▲치안 등의 사업으로 공약의 성격이 변했다. 이와 같은 경향에 대해 대부분의 총여학생회장들은 외부 혹은 남성들의 시선이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 수원대 총여학생회장이었던 유현영 씨(연극과 졸업)는 “총여에 대한 인식이 학내에서 좋지 않아 공약을 만들 때 영향을 받은 적 있다”며 “학생회비 사용 문제, 여성들만을 위한 공약 등 총여를 향한 비판이 있어 출마를 준비하며 남녀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복지 공약을 계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숭실대 총여도 여러 대학의 총여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수행하고 있는 숭실대 조은별 전 총여학생회장(사회복지학부)은 “투표권은 분명 여성들에게 있지만 공약은 총여학생회의 활동에 대한 학내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기획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전반적으로 남성들이 참여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남녀 공동의 복지 사업 공약들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수원대 총여는 당선된 이후 정책 일부를 변경하기도 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공약 일부를 활동 기간 중 남녀 공동으로 할 수 있는 팔씨름대회, 보물찾기 등으로 변경한 것이다. 유현영 씨는 “총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총여의 부담요소다”며 “중운위 구성이 대부분 남성으로 이뤄진 것도 이런 부정적인 인식의 원인 중 하나다”고 말했다.

  학생 사회 전반이 요구하는 사업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입장을 밝힌 총여도 있다. 조은별 전 총여학생회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복지 사업을 기억하지만 지난해 인권영화제 논란이 학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일부 여학생들이 지지를 보내주기도 했다”며 “총여가 과거에 비해  보다 넓은 범위에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위기는 위기를 재생산해낸다
  존폐의 위기 속에서 색깔을 잃은 총여는 다시 총여 폐지론을 마주한다. 유현영 씨는 “총여가 존속하기 위해선 여성주의 담론보다는 복지와 관련된 세심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여성주의 중심의 운동은 부족해지고 결국 총여만의 색깔을 갖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총여 존폐의 위기는 총여가 문화·복지·치안 중심 공약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힌 총여도 있다. 경희대 옥지은 총여학생회장(철학과)은 “총여의 위기는 문화·복지·치안 분야의 공약이 주를 이루는 총여가 세워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총여의 위기가 곧 총여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는 입장을 밝힌 곳도 있다. 총여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연세대 신촌캠 김남희 당선자(국어국문학과)는 “최근 타대에서 총여가 사라지는 추세와 후보자가 없어 지난 3월 연세대 총여의 보궐선거가 별도로 이뤄지는 일 등을 총여 위기의 근거로 들면서 총여에 대한 공격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학생 자치 자체의 위기가 곧 총여의 위기를 불러온 사례도 있다. 학생 자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함에 따라 총여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

  수원대는 지난 2013년 학생회비가 등록금에 포함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다 자율납부 방식으로 변경됐다. 학생 자치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존 학생회비 납부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유현영 씨는 “3년 전 학생회비가 등록금에서 분리되면서 학생 자치 전반의 예산을 편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난해 있었던 중운위 결정으로 올해 동아리연합회가 중운위에서 독립했고 학생복지위위원회와 총여가 폐지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여의 위기를 포괄하는 전반적인 학생 자치의 위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총여학생회도 있다. 옥지은 총여학생회장은 “총여 뿐만 아니라 학생 자치 자체의 역량이 부족해지고 수혜성 복지 사업만이 주로 남게 된 게 현실이다”며 “총여만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학생 자치의 방향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총여의 고유성 확보하려는 노력 
  현재 총여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연세대·숭실대 총여는 여성주의 중심의 활동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여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을 계속해서 추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여성주의 중심의 공약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주의에 기반을 둔 공동체 문화 만들기 ▲여성혐오와 차별에 대한 대응 ▲소수자(장애인, 성소수자)의 인권 개선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김남희 당선자는 “지난해부터 학내 여성주의에 대한 찬반론이 계속해서 대두됐고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논의 과정에서 일정 정도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해 여성주의에 기반을 둔 공약을 만들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숭실대 총여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은별 전 총여학생회장은 “타대의 경향은 잘 모르지만 숭실대 총여는 기본적으로 여성주의에 기반을 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여의 위기, 진지한 토론 이뤄졌나
  그동안 총여 존폐의 논란 속에서 총여의 역할론에 대한 토론이나 성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힌 총여학생회장도 있다. 그간 총학생회에 대해선 총학생회 구성이 ‘운동권’이 돼야 하는지, ‘비운동권’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됐지만 총여는 이런 토론이 제대로 진행된 바 없다는 것이다. 김남희 당선자는 “총학생회의 존재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하지만 총여의 역할을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숭실대 총여는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학생들이 총여가 추진하는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은별 전 총여학생회장은 “총여학생회장 직을 수행하면서 공약이나 정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투표권이나 예산 사용의 측면에서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만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총여의 역할에 대한 확실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은별 전  총여학생회장은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학내에 인권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설치돼 해당 업무를 전담하고 총여학생회는 여성주의 중심의 사업을 담당하는 방식이다”며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므로 총여가 보다 넓은 범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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