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치 현황 분석

 
 
최근 3년간 중앙대 서울캠 중앙운영위원회의 구성 인원을 분석해본 결과, 여성의 비율은 남성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런 현상은 중앙대 서울캠 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권 내 15개 대학의 최근 3년간 총학생회 선거 결과를 살펴본 결과 여성의 출마 사례는 적었다. 또한 선거에 출마하더라도 총학생회장으로는 남성이, 부총학생회장으로 여성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중대신문은 중앙대 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응답자 133명)와 각 대학에서 젠더사회학·여성주의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 자치에 대한 여성들의 참여가 적은 현 상황에 대한 분석해봤다.
 
 
학생 대표자의 남성 편중은 왜 생기나
  ‘학생 대표자로 여성이 출마하지 않거나 부학생회장직에 주로 출마하는 경향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복응답)’라는 질문엔 약 63.2%(84명)가 ‘이미 학생 자치가 남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조직의 리더를 맡는다는 것이 여성으로서 부담스러워’(약 27.8%·37명)가 많았다.
 
  이에 대해 한림대 신경아 교수(사회학과)는 대학 내 성평등에 대한 의식이 제도보다 뒤쳐져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남성보다 높다는 점 등 여성 학생 대표자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은 조성돼 있는 반면 여성 학생 대표자를 받아들이는 의식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경아 교수는 “전통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은 여성에게 대표권을 주지 않는 풍조다”며 “아직까지 한국 대학문화 내에 남성이 조직의 대표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학생회장은 남성이, 부학생회장은 여성이 맡는 사례가 많은 것에 대해서는 성별과 연령의 중첩적 효과를 그 이유로 제시했다. 신경아 교수는 “군대를 다녀와 학생 대표자가 되려는 남학생은 같은 학년이더라도 여학생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다”며 “기존에 있었던 성별에 대한 인식과 함께 한국 사회의 연령에 대한 생각이 더해져 남학생은 학생회장, 여학생은 부학생회장으로 출마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중앙대 이나영 교수(사회학과)는 학생들이 젠더에 대한 의식화 과정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이나영 교수는 “입시경쟁에 시달리며 학생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 특정 젠더의 위치에 있다는 것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며 “대학에 와서도 취업을 위한 경쟁이 심하고 젠더 관련 강의도 부족해 학생들이 젠더의식을 가질 기회가 적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나영 교수는 여성 학생 대표자가 성평등에 대한 활동을 진행할 경우 일부 남성들로부터 받게 될 ‘여성혐오’성 비방이 여성 학생 대표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약 9.8%(13명)는 ‘일부 학생들로부터 듣게 될 근거 없는 비방 때문에’를 선택했다. 이나영 교수는 “과거 총여가 듣던 여성 우월주의, 역차별과 관련된 비판이 총여가 사라진 시기에는 여성 학생 대표자를 향할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해 여성들이 학생 대표자가 되기를 꺼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학생 자치의 다양성 저하될 가능성 있어
  학생 대표자의 구성이 남성에 편중돼 있는 현상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 전북대 김혜경 교수(사회학과)는 학생 자치의 역량이 손실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혜경 교수는 “대표성에서 젠더 균형의 상실은 학생 자치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또한 총학생회 등의 공약·정책이 젠더 관점에서 옳은지에 대한 토론의 가능성도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영 교수는 학생회의 공약·정책을 성평등을 지향하도록 바꿀 주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시했다. 많은 대학에서 ‘새내기 새로 배움터’, ‘MT’에서 성추행이 발생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주점 포스터를 제작하고 있지만, 이런 기존의 성차별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나영 교수는 “젠더관계에서 약자인 여성 혹은 성소수자의 관점과 목소리가 잘 표출되지 않는다면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학생들이 사회에 존재하는 성차별 등을 해결할 능력을 배양하지 못 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학생 자치에 참여하며 성차별을 해결해가는 연습단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나영 교수는 “서구 사회의 성평등 운동이 여성 참정권 운동에서부터 시작했듯이 성평등 실현을 위해선 정치적 참여가 필수적이다”며 “대학 내에서 여성들이 대표자로서 학내 자치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지속된다면 이는 사회로 이어져 사회의 성차별 해결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평등 강의와 남성의 참여 필요
  취재를 진행한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생 자치에 대한 여성의 참여도를 높이고, 대학 내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선 학생들이 페미니즘·젠더 등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아 교수는 “페미니즘·젠더 관련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대학 내 성평등에 대해 고민한다면 젠더 문제가 대학 내에서 공론화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여학생들은 과거엔 몰랐던 대학 내 성차별적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려 노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나영 교수는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하며 페미니즘·젠더 관련 강의를 필수적으로 듣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나영 교수는 “중앙대에는 젠더 관련 교양강의가 2개뿐이다”며 “이마저도 선택교양이라 다양한 학생들이 듣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대 서울캠 성평등위원회(성평위), 총여에 대한 남성들의 참여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평등은 기존 가부장제에서 남성에게 과도하게 주어졌던 권리와 책임을 여성과 함께 공유하자는 의미이므로 남성의 성평등 담론에 대한 참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나영 교수는 “아직 총여가 남아있는 중앙대 안성캠에선 남성들도 총여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며 “중앙대 서울캠의 경우엔 젠더 문제를 다루는 공식 학생기구인 성평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김혜경 교수는 “성평등에 앞장서는 남성 학생 대표자들이 많아진다면 이는 여성들의 학생 자치에 대한 참여도 증가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성평위와 같이 학내 성평등을 위해 존재하는 총학생회 산하기구의 권한과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특히 이나영 교수는 성평위의 정책이 총학과 연계된다면 학내 성평등의 진전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영 교수는 “현재 성평위는 총학 산하기구이지만 총학의 공약·정책과 연계해서 활동하지 않고 있다”며 “성평위가 총학의 공약·정책 결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나영 교수는 성평위가 대학 내 젠더 문제를 관찰하고 감시하는 주체로서 강화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평위와 같은 총학 산하기구가 총학 및 각 학문단위의 행사·사업·공약 등을 젠더적 관점에서 옳은지를 감시하는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나영 교수는 “국회의 여성가족위원회 같은 경우는 소관부처에 대한 감사와 조사를 통해 정부의 정책이 젠더적 관점에서 옳은지를 감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며 “이처럼 성평위도 단순히 총학 산하에서 활동한다는 틀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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