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30일 경희대 서울캠에 붙은 대자보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회를 제외한 학교 내에서 여학생들이 받고 있는 차별은 무엇입니까?’ ‘여학우 여러분은 교내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접을 받은 바가 있습니까?’ 현재 대학 내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기 때문에 총여가 존재할 정당성은 없다는 내용이었죠.

  중앙대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4년 서울캠 제56대 ‘마스터키’ 총학생회(총학)는 ‘여성의 인권이 대학 내에서, 또 사회 전반에서 어느 정도 지위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서울캠 총여학생회(총여)의 특별자치기구화를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했고 해당 안건은 통과됐죠.
 
  그렇다면 총여는 이제 진짜 불필요한 기구인 것일까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중앙대 서울캠엔 교수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2건 발생했습니다. 타대의 경우 지난 3월 건국대에서 ‘새내기 새로 배움터’ 성추행 논란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성차별은 이런 특수한 사건 속에만 있지 않고 일상 곳곳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학 축제기간이면 선정적인 주점 포스터를 다룬 보도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도 있는 것이 그 예죠.
 
  앞서 소개된 사례들은 대학 내 성차별 문제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성차별 관련 전문가들은 성차별 문제는 쉽게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고 말하는데요. 신변의 노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해 사건이 공론화되기 힘들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성차별 사례는 실제 존재하는 성차별의 일부일 것입니다. 실제로 중대신문이 중앙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133명)의 약 40.6%(54명)이 ‘학내에서 성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대학 내 성차별이 사소하게 치부되면 안 되며 다시 공론화돼야 하는 이유죠.
 
  그러나 현재 학생 자치가 성평등 담론을 이끄는 힘은 부족합니다. 과거 성평등 담론을 이끌던 주체인 총여의 상황이 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죠. 여러 대학에서 총여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없어 총여는 공석으로 남아있기 일쑤인데요. 총여가 선출돼 운영되고 있다 하더라도 복지 중심의 공약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학내 성평등 담론 조성을 위한 활동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총여가 없는 대학에선 총여가 사라진 이후의 빈자리가 느껴집니다. 성평등 담론을 이끌어야 하는 성평등위원회(성평위)와 같은 각 대학의 총학 산하기구들의 예산과 권한은 과거 총여에 비해 적은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이들은 학내 성차별 문제에 대해 과거 총여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죠.
 
  이와 더불어 학생 자치에 대한 여성의 참여도가 낮은 상황은 총여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게 합니다. 여학생과 남학생 수의 차이가 과거처럼 크지 않음에도 여성 학생 대표자는 남성보다 적은 것이죠.
 
  이에 중대신문은 ‘학생자치와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2주차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호에선 서울캠 총여의 폐지, 학생 자치에 대한 여성의 참여 현황, 안성캠 총여의 변화 등을 살펴봤는데요. 이번호에서는 앞서 제시된 현황을 분석해 평등한 학생 자치를 만들기 위한 방안 등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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