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총여학생회(총여)’가 사라진 지 벌써 2년이나 흘렀다고 합니다. 총여는 지난 2014년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여 특기구화’ 안건이 통과되면서 폐지됐죠. 이로써 1985년부터 시작된 총여 29년의 역사는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당시 제56대 서울캠 ‘마스터키’ 총학생회(총학)는 총여 특기구화의 근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여성의 인권이 학내와 사회 전반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랐다’는 것과 ‘총여 활동의 대부분이 인권센터, 총학과 성평등위원회(성평위)에서 대체할 수 있다’는 이유였죠.

  그러나 총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만큼 여성의 인권이 신장됐는지 의문입니다. 중앙대 학생 133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40.6%(54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학내에서 ‘성차별적인 일’을 겪었다고 응답한 것이죠. 실제로 ‘교수의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등) 사건’ 및 ‘새내기 새로 배움터 성폭력 사건’ 등 표면상으로 드러난 학내 사건만 해도 수십건입니다. 여자로서, 또 기자로서 다양한 양상의 성폭력 사례를 접했기에 이러한 이슈들이 지겹기까지 합니다.

  ‘학내 성폭력 문제는 인권센터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맡을 수 있다’는 것도 총여 폐지의 근거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두 기관이 수행하는 역할과 적극성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요. 총여는 학내의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시켜 학내 인식을 변화시키고 대학본부에 해결책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인권센터는 규정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죠.
성평위의 경우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 신장을 위해 교육, 세미나 등을 진행하지만 총여에 비해 운영과 역할이 제한적이며 예산 규모도 턱없이 작습니다. 다루고자 하는 사안의 범위는 넓지만 이를 수행할 권한과 영향력이 부족한 것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스템에 비해 그 효과를 온전히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총여 폐지의 근거뿐 아니라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총여의 존폐에 대한 여론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총여의 폐지 문제를 전학대회에서 다뤘다는 것이죠. 총여는 총학 다음으로 규모가 큰 학생 자치 기구였던 만큼 더욱 신중했어야 합니다. 총여의 폐지 여부를 전학대회에서 논의하기에 앞서 전체 학생들의 여론이 어떠한지, 학내엔 진정 성차별이 사라졌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순서였을 것입니다. 

  ‘평등’은 총여가 29년 동안의 역사를 지속해오면서 치열하게 추구했던 궁극적 가치일 것입니다. 물론 시대는 변했죠. 우리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를 ‘여성’에 국한해 정의하지 않습니다. 시대에 부합하는 역할론과 향후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치열한 토론 없이 ‘휙’ 사라져 버린 총여의 끝은 결국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적인 논의로 그쳤습니다.

  평등의 실현은 현실의 불균형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불편함’을 인지하고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야만 가능한 값진 가치인 것이죠. 평등엔 ‘어느 정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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