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을 볼 수 있는 곳, 바로 이태원이다. 이태원이 있는 용산구는 광복 이후 미군의 주둔지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이 자리를 잡게 된 곳이다. 시간이 흘러 오늘날에는 미국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이곳에서 거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태원에서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각기 다른 외국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중앙성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리가 있다. 이슬람 사원으로 인해 무슬림이 많이 유입된 거리다. 이슬람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이슬람 사원으로 향했다.
 
  1970년 세계 이슬람 국가들의 지원금과 한국 정부에서 부지를 지원받아 지어진 서울 중앙성원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이슬람 사원이다. 한국 이슬람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무슬림의 수는 한국인 3만5000명, 외국인 10만 명에 달한다. 이슬람 국가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슬람 사원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곳에서는 예배실 뿐만 아니라 무슬림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인 ‘프린스술탄’도 운영하고 있다.
 
▲ '알라신은 위대하다'의 뜻을 담은 초록색 문구가 돋보이는 웅장한 이슬람 사원
 
  이슬람 사원을 방문하기 전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 번째로 복장이 규제돼 있어 짧은 하의나 상의를 입고선 사원을 방문할 수 없다. 혹시 사원에 입장 불가능한 의상을 입고 와 곤란하다면 사원에서 제공해주는 옷을 빌릴 수 있다. 두 번째 유의점은 예배실과 사원 내부는 무슬림 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층 예배실에서는 문밖에서 짧게나마 신자들이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때 예배실 근처에 다가갈 땐 신발을 벗고 가야 한다.   
 
▲ 이슬람 사원으로 가는 언덕길
 
  이슬람 사원을 찾아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119안전센터 골목으로 들어가 초등학교의 담벼락을 타고 걸어가면 아랍어로 된 간판들을 볼 수 있다. 거리엔 무슬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나 과자를 파는 상점이 즐비하고 이슬람 경전과 책들을 판매하는 북 센터도 눈에 띈다. 할랄푸드를 파는 음식점도 곳곳에 있다. 상점들을 구경하며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이슬람 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큰 정문이 보인다.
 
  정문으로 들어가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양옆으로 높게 솟은 탑이 보이고 평지에 다다를 때면 새하얀 사원의 전체 모습이 드러난다. 사원 지붕엔 진한 초록색으로 ‘알라후 아크바르’ 아랍어로 ‘알라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문구가 쓰여 있다. 거대한 이슬람 사원 건물과 낯선 아랍어로 쓰인 문구를 보면 이곳이 이슬람 국가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슬람 문화를 그대로 본떠 왔다. 사원을 찬찬히 살펴보면 3층으로 지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층은 사무실과 대회실이고 2층은 남자 예배실, 3층은 여자 예배실로 구성돼 있다.
 
  사원의 예배실 안에는 기독교나 불교와 달리 특별한 장신구나 상(像)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대신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미흐랍이 있고 신도들은 그곳을 향해 예배한다.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사원을 둘러보면 종교의 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슬람 사원을 나와 거리에 있는 상점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건축 문화를 체험해봤으니 이슬람 음식문화도 즐기는 것은 어떨까. 사원 주변 거리엔 무슬림 신자들이 즐겨 먹는 케밥 가게가 있다. 케밥 가게에 들어서면 이국적이고 낯선 향이 코끝에 느껴진다.
 
  터키나 이라크, 파키스탄 등 여러 국가가 케밥을 즐겨 먹는 만큼 케밥의 종류는 각 나라와 지방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이태원 시내 거리에서 많이 보는 케밥은 고기를 회전 구이 해서 만든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즉석에서 밀가루를 반죽하고 오븐에 고기를 구워 만들어준다.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케밥보단 이슬람 가정에서 먹는 케밥과 비슷하다. 즉석에서 만든 현지인식 케밥은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 식감은 좋으나 향신료가 강해 한국인들의 입맛엔 맞지 않을 수 있다. 이전까지 먹어 본 적 없는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 이슬람 문화를 즐길수 있는 거리
 
  짧은 여행을 케밥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한글 간판들 사이 곳곳에 자리 잡은 아랍어 간판이 더 눈에 띄는 듯하다. 그 모습은 한국에 스며든 이슬람 문화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 같다. 조금은 낯설지도 모르는 이슬람 문화는 그 나름의 정취가 느껴졌다. 이국적인 문화를 즐기기 위해 값비싼 비행기 표는 필요 없다. 시간과 돈을 드리지 않고도 외국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곳을 여행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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