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응답하는선본의 당선이 확정 공고되며 58대 서울캠 총학생회(총학) 재선거는 막을 내렸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 선거를 뒤로하고 모처럼 경선으로 치러졌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뒷맛이 감돌았다.

  원래 28,29일 양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이번 선거는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한 차례 연장됐다. 연장투표를 거친 최종 투표율은 52.07%이었다. 학생들이 다니는 곳곳에 놓여 있던 투표소와 투표를 독려하며 서 있던 각 선본의 노력이 무색할 만큼 싱거운 관심이었다.

  그중에서 놀라운 것은 총 720장의 기권표였다. 기권표는 응답하는선본과 뭐든지선본의 득표 차(32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전체 투표율 중 약 9%를 차지했다. 제대로 던져졌다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 보트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한 절반이 조금 넘는 학생 중 무려 720명은 꿋꿋이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했다.

  투표장에 들어섰음에도 이들은 왜 1번과 2번 두 선본 중 아무도 택하지 못한 채 그야말로 기권을 선언한 것일까. ‘둘 다 싫다는 마음을 굳이 표현한 것은 아예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들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학내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출한 행위일 것이다.

  그간 학내 정치에서는 기성 정치의 구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선거 후보자가 공고되자마자 떠오르는 대학본부vs운동권 프레임과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계속되는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어렵사리 당선된 총학이 식물총학으로 전락하는 등 미덥지 못한 모습들이 있었다. 얼룩진 그간의 과정은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커져 버린 학내 정치에 대한 불신은 많은 학생의 등을 돌리게 했고 표를 버리는 사람들을 낳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학 선거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끝이 났다. 그리고 우리에겐 또 하나의 중요한 선거가 남아 있다. 오는 13일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선거이다. 총선을 맞아 기자는 ‘4·13 총선 특집을 기획했다. 비록 중앙대에 국한한 선거구지만 표를 버리는 자들이 조금이나마 줄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기획을 준비하며 기자는 평소엔 만나볼 수 없던 이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섭외에 대한 우려가 기우로 느껴질 만큼 한 후보도 빠짐없이 모두 흔쾌히 취재에 응해주었다.

  기획이 성사된 건 다행이었지만 문득 당선 이후에도 이들을 쉽게 만나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란 때아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만족스러울 만큼 표를 주운 많은 자들은 유권자를 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당선 이후 이들의 무관심한 태도는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표를 버리기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더 이상 표를 버리는 유권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오늘도 바쁘게 표를 줍는 후보자들은 당선된 후에도 보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