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탐구생활: 다 함께편
 
 
                                                     
 
  하나 보단 둘,
  함께 있기에
  존재 하는 우리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다. 알기 힘든 사람의 마음은 그만큼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혼자보다는 ‘함께’를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 혼자가 싫어서라기보다 ‘함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함께할 수 있기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다 함께 라운징’이란 어떤 의미일까.
 
  서로 성장하는 시간
  다른 사람과 함께 여가생활을 즐긴다는 응답자 17명 중 약 64.7%(11명)가 그 이유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를 선택했다. 친구들과 함께 어떤 것을 경험했는지, 그래서 무엇을 이루었는지 보다도 그 경험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한지승 학생(건국대 컴퓨터공학과)에게 친구들과의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이자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여행이 유희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다. “여행하다 보면 각자의 특기가 살아나요. 누구는 요리를 잘하고, 누구는 운전을 잘하죠. 그렇다 보니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하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그.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혼자서는 알지 못할 것들을 배우게 됐다고 한다.
 
  다 같이하는 것의 최대 장점은 시작하는 데 부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것을 경험한대서 그치지 않고 취미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강민우 학생(신문방송학부 2)에게도 이러한 경험이 있었다. “등산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는데, 혼자서 시작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웠죠. 그래서 등산 소모임에 들어갔어요. 지금은 등산에 재미를 붙여서 이제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여가 및 취미 생활을 함께한다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어떤 것이든 더 넓게 볼 수 있는 통찰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예진 학생(산업보안학과 2)도 이에 말을 보탰다. “공연이나 영화는 물론 책도 함께 보는 것을 좋아해요. 보고 난 후에 각자의 감정이나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감정은 풍부해지고 의견은 날카로워지곤 하죠.” 함께하면서 더 깊이 사유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팀플이야
  응답자의 약 86.6%(110명)가 ‘평소 여가 및 취미 생활을 혼자서 즐기는 편이다’고 답했다. 나 홀로 라운징은 이제 다수의 흐름이 됐다. 설문조사의 한 응답자는 “바쁜 학업이나 회사 생활 중 서로 시간을 맞추기 힘든 이 시대에 나 홀로 라운징의 발전은 당연한 결과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여가생활을 함께한다는 것은 어쩌면 바쁜 현대사회에서 불편함을 주는 일일 수도 있다. 주로 축구나 농구와 같은 팀 스포츠 활동을 즐긴다는 양은성 학생(도시계획·부동산학과 2)도 이러한 단점을 지적했다.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나의 시간이라기보다 우리의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몸이 안 좋다거나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꺼려지곤 하죠. 일종의 의무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흔히 사람 사이의 갈등은 ‘다름’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갈등은 타지에 가면 더욱 그 색깔을 뚜렷이 한다. 같이 여행을 하다 보면 부딪치는 것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한지승 학생이 친구들과 여행 갔을 때의 경험에 대해 말했다. “한 친구가 빡빡한 여행일정이야말로 풍부한 여행을 보장한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다른 친구가 여행까지 와서 바쁠 필요는 없으니 여유롭게 즐기기만 해도 괜찮다고 말하더라고요.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의견 다툼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런 사소한 의견 차이가 함께하는 여가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함께라서 빛난다
  영화 <루디>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유니폼 반납 장면이다. 이 장면이 가장 감동을 준다고 일컬어지는 이유는 그들에게서 아름다운 협동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일종의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양은성 학생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그가 속한 축구 소모임과 다른 축구 소모임의 경기가 있던 날, 전반전에서 큰 점수 차로 밀렸다. 그러자 팀원들은 작은 일에도 툭툭거렸다고 한다. “하프타임이 되니 동아리 부장님이 팀원들을 다 불러 모았어요. ‘항상 이길 수는 없고, 그러려고 게임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재밌게만 하자’고 말씀하셨어요. 그 한마디로 후반전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죠. 실수하더라고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가 됐어요. 결국 한 골 넣었죠. 게임은 졌지만 정말 소중한 추억이에요.”
 
  누군가와 경험을 같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의 단점을 수용하고, 그를 존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과 쌓은 추억은 더욱 의미가 깊다. 그들과의 추억은 누구에게는 시작점이,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려움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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