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하죠. 맑은 날과 궂은 날이 반복되는 우리의 삶 속에 한바탕 시련이 찾아오는데요. 큰 시련은 그로부터 깨달음을 얻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죠.  이번주 ‘어느 날 중앙마루에서’는 내생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담아보았습니다.

 

먼저 아기캥거루님의 사연입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순간과 마주합니다. 아기캥거루님은 지난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아기캥거루님의 사연 함께 만나러 가보시죠.
 
  -지난해 어떤 힘든 일을 겪은 건가요. 
  “지난해 3월 이맘때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였죠. 그때 살면서 흘릴 눈물을 모두 쏟아냈던 것 같아요.”
 
  -소식을 듣고 충격이 컸겠어요.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평소엔 정말 건강하셨는데….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어머니에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소식을 듣고 바로 고향에 내려가는 기차를 탔죠.”
 
  -내려가는 동안 생각이 많았겠어요.
  “진짜 믿기지 않았어요. 내려가는 내내 ‘설마 우리 할아버지가’라는 말만 수백 번 혼자 되뇌었어요. 실감이 안 나니까 눈물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애써 사실을 부정하려고 노력했죠. 그러다 장례식장에 도착했어요.”
 
  -발길이 안 떨어졌을 것 같아요.
  “장례식장 입구에 도착했는데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럼 진짜 돌아가셨다는 걸 확인하는 거니까…. 그래서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았는데 눈물이 저절로 흐르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이 계속 쳐다볼 정도로 통곡했어요. 그때야 조금씩 ‘아, 진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구나’ 실감이 났죠. 한동안 펑펑 울었어요. 할아버지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할아버지와 유난히 돈독한 사이였나 보네요.
  “초등학생 때 집안 사정으로 할아버지께서 절 키워주셨거든요.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할아버지와 보낸 추억이 대부분이에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주신 친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 제겐 없어서 안 될 존재였죠.”
 
  -함께한 좋은 추억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소소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어요. 밥 먹을 때 편식을 자주 하곤 했는데 늘 골고루 먹어야 한다며 밥 위에 나물을 올려주셨어요. 할아버지와 함께 강아지 산책도 시키고요…. 학교를 다녀오면 ‘우리 손녀 오늘 학교에서 뭔 일 없었제?’라고 묻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요.”
 
  -이제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겠네요.
  “어릴 때 할아버지 옆에 꼭 붙어서 탄 경운기를 이제 더는 탈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슬퍼요. 제가 하교할 때면 늘 할아버지가 논에서 일을 끝내 같이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향했거든요.”
 
  -정말 그리울 것 같아요.
  “돌아가신 지 1년이 지났지만 요즘도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요.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죄송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죠. 이제 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학생이 되고 나서 할아버지를 뵈러 간 적이 별로 없어요. 기껏해야 명절뿐이었죠.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고향에 자주 내려가지 않았어요. 가더라도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놀기 바빴지 할아버지 얼굴을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요.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야 했는데….”
 
  -많이 후회하고 계신 건가요.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게 늘 마음의 짐이에요. 보고 싶을 때마다 ‘왜 생전에 자주 찾아뵙지 못했나’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만 해요.”
 
  -지금부터라도 옆에 있는 가족에게 잘해야겠어요.
  “맞아요. 그래서 홀로 남아 계신 할머니께 더 좋은 손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바쁠 때는 한 달에 한 번, 평소에는 2주에 한 번씩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치킨을 사 들고 내려가고 있어요.”
 
  -할머니께서 정말 행복하겠어요.
  “할아버지께 못해 드린 만큼 할머니께는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잘해 드리려고요.(웃음)”
 
  아기캥거루님, 하늘에서 계신 할아버지께서도 분명 아기캥거루님의 마음을 아실 거예요. 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순간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마음의 짐을 덜고 행복한 추억 많이 쌓기를 바랄게요. 김진호의 ‘가족사진’ 듣고 2부에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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