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윤동주 지음, 소와다리
윤동주는 내게 첫사랑과도 같은 시인이다. 그의 시를 읽고 적고 외우던 기억이 아련하다. 정작 시를 전공한 후에는 윤동주에 대해 글을 쓸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렇게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윤동주의 시가 요즘 다시 소환되고 있다. 지난해 한글날, 현대시인론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과 <윤동주문학관>을 방문했었다. ‘심우장-길상사-수연산방’으로 이어지는 성북동 답사를 즐겨했었는데, 지난해엔 문득 윤동주가 그리웠다. 한글날 방문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시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뒤늦게 <동주>를 봤다. 늦은 시간이었는데 술 한 잔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날 오래도록 뒤척였다. 윤동주의 시를 아끼는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지만 영화 <동주> 덕분에라도 윤동주의 시와 삶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 더불어 그 시절의 수많은 윤동주들, 송몽규들의 삶이 오늘의 청춘들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어 본다.

유고시집이 되고 만 윤동주의 첫 시집 좬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좭는 해방 이후 1948년에야 겨우 빛을 보았다. 그가 그토록 흠모한 정지용 시인이 서문을 쓴 시집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서시>) 괴로워했던 시인. 그가 남긴 시 중에 좥병원좦이라는 시가 있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그가 앓았던 것이 어디 병뿐이었겠는가. 시대와 청춘과 시와 마음을 앓았던 윤동주에게서 여전히 앓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친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