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없는 곳에서 돛은 펼쳐지지 않는다
  • 박현준 기자
  • 승인 2016.03.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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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P엔터테인먼트 대표 한상필 동문(중어학과 03학번)

 

“아직도 학교 다녀요? 빨리 나와요. 학교 밖에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그는 늦은 나이까지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는 기자를 다그쳤다. 바깥세상에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성격으로 학교 밖을 누비며 많은 것을 몸소 경험했다는 그. 그간의 경험이 성공적 창업의 자양분이 된 걸까. 경쟁이 심한 광고계에서 주목받는 광고대행사가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열정의 길을 되짚어 보았다.

  호기심 천국
  학창시절 공부에 열을 올리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했다. 다른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길 때 그는 학교 밖으로 나갔다. 온종일 도서관에 박혀 있는 것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저는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었어요. 책보다는 세상 밖의 이야기가 항상 궁금했죠. 이리저리 놀러 다니고 학교 밖으로 나가 주로 관심 있는 강연을 들으러 다녔죠.”

  우리나라 밖엔 어떤 세상이 있을지 궁금했던 그는 학창시절 세 차례 중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어학 공부를 위해 떠난 중국이었지만 제대로 책상에 앉아 본 적은 없었다. “매일 학교 밖을 돌아다녔어요. 책보다는 사람들을 만나며 배우는 게 훨씬 재밌었거든요. 직접 중국인과 대화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도 하면서 세계로 시야를 넓힐 수 있었죠.”

  또한 경영학과를 부전공하며 자신의 흥미를 확실히 깨달았다. 당시 들었던 마케팅 수업은 훗날 그의 광고대행사 창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마케팅 수업을 토대로 남들과 같은 취업 준비가 아닌 쇼핑몰 운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용기만으로 부딪히기엔 창업의 벽은 높았다. “쇼핑몰 사업이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작은 일도 제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죠. 쇼핑몰을 정리하면서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훗날 또다시 창업하게 될 줄은 몰랐죠.”

  뛰는 가슴을 느끼며
  졸업 후 그는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입사하지만 1년 반 만에 그곳을 스스로 뛰쳐나왔다. 활동적인 그에게 딱딱한 조직 문화는 답답한 감옥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해도 매일 같은 사무실, 같은 업무, 같은 사람들을 보며 사는 것은 견딜 수 없었어요. 결국 제 발로 회사를 나와 MBC 광고팀으로 이직했죠.”

  그는 광고팀에서 일하면서 광고와 마케팅의 실무를 몸소 배웠다. 촬영현장에서 광고 진행 과정을 접하고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면서 광고팀은 직장이 아닌 배움터가 되어갔다. 바쁘게 흘러가는 역동적인 광고계에서 일하며 대기업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뛰는 가슴을 느꼈다. “드디어 제 일을 찾았다고 생각했어요. 집에서 여의도까지 매일 왕복 4시간씩 통근을 하면서도 항상 즐거웠죠. 대기업과 비교하면 수당도 훨씬 적었는데 이 일을 계속하고 싶더라고요. 재미있으니까요.”

  그는 후배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창시절과 첫 직장을 가진 후에도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과정을 통해 제게 맞는 일을 알게 됐죠. 결국 필요한 것은 경험이에요.”

  천직을 찾은 그는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가슴에 품는다. 쇼핑몰 운영을 통해 창업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알고 있었던 그였지만 그간 모아둔 2000만원으로 홀로 광고대행사를 차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광고팀에서의 마케팅 경험을 살린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 2014년 그는 퇴사를 결심하고 막연한 자신감 하나로 광고계에 뛰어들었다.

  맨땅에 헤딩
  호기롭게 홀로서기에 도전했지만 그에게는 광고업계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부족했다. 인맥이 중요한 광고계에서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광고계 인사의 번호는 하나도 없었다. 그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여러 모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광고계에 얼굴을 알리던 그는 어느새 업계에서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작은 자리라도 소중히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한 번은 ‘코나페이’라는 작은 회사의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죠. 행사를 잘 수행하고 나자 그 자리에 있던 대기업 관계자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가 왔어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니 큰일이 저절로 이루어졌죠.”

  그가 황무지에서 이룩한 성과는 눈부시다. 현재 그는 이름을 들으면 알 법한 대형 광고주 15곳을 관리하고 있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낸 기저에는 광고에 대한 애정과 일단 부딪히고 보는 진취적인 마음가짐이 있었다. “제가 똑똑한 덕분이죠.(웃음) 이건 머리가 좋다는 말이 아니에요. 정말 많이 보고, 질문하고, 경험했어요. 이젠 광고계를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죠.” 그의 말과 눈빛에는 강한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회사를 급성장시킨 그였지만 광고계에서 입지를 다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경쟁이 심한 업계 분위기상 광고주가 쉽게 다른 대행사를 찾기도 하고 방송사 PD에게 굴욕적인 처사를 받는 일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광고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감출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는 광고계의 밑바닥에서부터 많은 이들을 책임지는 대표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회사에서 일하는 4명의 직원은 단 한 번도 야근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관계자를 만나는 일이든 촬영 현장을 다녀오는 일이든 모든 일은 대표가 직접 하기 때문이다. “힘들 게 얻어낸 일을 직원의 실수로 그르치게 되면 업계에서 금방 이미지가 안 좋아져요. 실수하더라도 제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죠.”

  ‘나 자신부터 잘하자’가 경영 철학이라는 그는 창업에 뛰어든 후 지금껏 단 하루도 2시간의 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 “모든 일을 직접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가 필수예요. 저 자신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직원과 광고주를 관리하겠어요. 저를 믿고 있는 많은 사람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단단해져야죠.”

  진짜 세상으로부터의 배움
  SSP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 최종 목표를 묻자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포부를 설명했다. “한 건물에 1층에는 매니지먼트사, 2층에는 제작사, 3층에는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는 게 꿈이에요. 그에 더해 SSP만의 TV 채널을 가지고 제 작품, 제 배우들이 마음껏 끼를 펼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책상 앞에 앉아있지 말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라고 말한다. 책상 밖 세상에서 열리는 좋은 행사와 강연, 모임에 많이 참가하면 1년 후 미래를 앞서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트렌드리더가 되어야 해요. 1년 이상을 내다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죠. 조금이라도 트렌드를 놓치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돌아가는 세상과 인터넷 세상은 다르다. 인터넷 세상에서 진리인 것처럼 떠도는 많은 말이 진짜 세상에서는 전혀 맞아 떨어지지 않을 때가 빈번하다. 그는 인터넷 세상에 빠져있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당장 밖으로 나오라고 외친다. 세상을 깨치기 위해서는 그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책상 앞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가세요. 밖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느끼길 바랍니다. 무엇을 보고 경험할지는 여러분의 열정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에 달렸어요.”

[Q&A]

Q.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광고주의 매출이 눈에 띄게 오를 때 희열을 느껴요. ‘뚱스밥버거’를 드라마 PPL로 넣었을 때가 기억이 나네요. 당시 30호점까지 있었던 뚱스밥버거의 지점이 광고 이후 300호점까지 늘어났어요.

Q. PPL 광고의 진행과정이 궁금해요. 광고대행사로서 PPL 광고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하나요?

A. 먼저 발품을 팔아 광고주를 찾아요. 그 후 방송사를 찾아가 제작진과 프로그램에 적합한 아이템인지 협의를 하죠. 협의가 이루어지면 촬영지와 대본을 점검하고 제대로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직접 가서 확인해요. 그다음 편집과정에서 삭제되는 일이 없도록 또 치열하게 신경 쓰죠. 마지막으로 완성본을 보고 광고주에게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요. 이 모든 일을 광고대행사에서 진행합니다.

Q. 창업에 도전하고 싶은데 걱정만 앞서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창업에 도전해야 할까요?

A. 저는 처음 회사를 차린 후 모든 일을 혼자서 했어요. 다른 사람에 의지하다 보면 대표로서 할 줄 아는 일이 점점 줄어들죠. 그러면 남에게 의지하게 되고 무능력한 대표가 돼요. 무능한 대표를 믿고 따를 직원과 광고주는 없죠. 홀로 모든 일을 해낼 각오가 있어야 해요.

Q.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감도 클 것 같아요. 대표로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A. 신문을 반드시 챙겨 읽고 있어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기업의 대표예요. 그들은 세상의 흐름을 읽으며 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아내죠. 그들과 같은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해요. 대화가 통해야 대표들과 꾸준히 자리를 가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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